“촛불혁명은 21세기판 3·1운동… 남북 협력 땐 5대 강국에”

오경진 기자
수정 2018-07-18 23:48
입력 2018-07-18 22:38
한완상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장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난 한완상(82)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장은 “촛불혁명은 21세기판 3·1운동”이라고 치켜세웠다.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를 시작으로 김영삼·김대중 정부에서 장관, 부총리를 지낸 한 위원장은 명실공히 진보진영의 거목으로 손꼽힌다.
지금으로부터 99년 전인 1919년 일제에 핍박받은 조선인은 “대한 독립 만세”를 외쳤다. 그로부터 97년이 흐른 2016년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에 분노한 국민은 “이게 나라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에 쥔 물건이 조금 바뀌었을 뿐 온전한 나라를 되찾겠다는 열망, 폭력이 아닌 것으로 이루겠다는 신념은 예나 지금이나 같았다.
지금 우리 민족에게 가장 필요한 건 ‘힐링’이라고 한 위원장은 강조했다. 그는 “지난 100년 강대국의 ‘갑질’ 때문에 우리 민족은 억울한 상처를 입었다. 일제는 우리의 언어·이름·민족혼을 앗아 갔다”면서 “하지만 제일 아픈 건 해방 이후에 생긴 트라우마다. 해방됐지만 우리는 남·북으로 나뉘어 갈등했다”고 지적했다.
한 위원장은 “적폐청산을 ‘과거의 좋은 것까지 없앤다’는 말로 쓰려는 세력이 있는데 그건 아니다. 잘못된 과거의 일을 정리하는 데서 끝나면 새 역사를 열 수 없다”면서 “예컨대 1919년 임시정부 수립날을 건국일로 삼을 수 없다는 논리가 대표적이다. 철저히 일제의 논리에 입각한 것이다. 나라를 되찾고자 목숨 걸었던 분들의 노고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남·북이 미래를 함께 그리길 소망했다. 내년 100주년 기념행사도 남·북 공동으로 열린다. 한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지난 판문점 회담 때 ‘남·북이 자랑스러운 역사 유산을 공유하면서 가까워질 수 있다’는 얘기를 나눴다”고 했다. 그가 자신감을 갖고 공동행사를 추진한 이유다. 한 위원장은 “이번 판문점 회담은 앞서 두 번의 정상회담과는 달랐다”면서 “남과 북의 이행의지가 높고 정권의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며 국제적으론 북·미 정상회담이 바로 이뤄져 선순환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공동행사의 첫 번째 노력은 ‘안중근 의사 유골 찾기’다. 안중근 의사의 유골은 만주 어딘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남북이 힘을 합쳐 그것을 찾으면 좋겠다는 게 한 위원장의 바람이다. 아울러 안 의사의 사상인 ‘동양평화론’에 대해 남북 공동으로 학술회의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 위원장은 “군국주의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일본에 교훈을 주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남북 대학생이 서로 역사유적지를 탐방하거나, 북에도 있을 일제시대 노동자, 위안부 등도 함께 아우를 수 있는 내용으로 채워질 전망이다.
3·1운동 100주년이 지금 갖는 특별한 시대적 소명을 한 위원장은 “아픔을 치유하는 동시에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정신적 힘을 얻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그는 “(99년 전처럼) 우리나라는 더이상 강대국 사이에서 등 터지는 새우가 아니다”라면서 “남과 북이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협력하면 세계 5대 강국으로 일어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길을 주저할 이유가 전혀 없다”면서 “그러길 두려워하는 일제와 냉전의 망령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2018-07-19 2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