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막사발을 읽다-송가영(본명 송정자)

수정 2018-03-26 10:33
입력 2018-03-26 10:33
막사발을 읽다/송가영(본명 송정자)

너만 한 너른 품새 세상천지 또 있을까

먼 대륙 날고 날아 난바다도 건너갈 때


태산도 품안에 드는 은유를 되새긴다

털리고 짓밟히고 쓸리기도 했을 게다

이 세상 누구에게도 친구가 되지 못해



바람에 말갛게 씻긴 꽁무니가 하얗다

바람에 몸을 맡긴 가벼운 너의 행보

새처럼 구름처럼 허공을 떠돌다가

양지 뜸 아늑한 땅에 부르튼 생을 뉜다

그리하여 정화수에 묵은 앙금 갈앉히고

눈빛 맑은 옛 도공의 손길을 되짚으면

가슴에 불꽃을 묻은 큰 그릇이 되느니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