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화재사건의 구체적 정황이 추가로 드러났다. 그러나 친모의 진술과 상반되는 화재 정황이라 의문이 따른다.
광주 아파트 화재…술 마시고 들어오는 친모 31일 오전 2시 26분쯤 광주 북구 두암동 아파트 11층에서 불이 나 한방에 자고 있던 3남매가 숨지고 술에 취한 20대 친모는 양팔과 다리에 화상을 입은 채 베란다에서 구조됐다. 사진은 이날 술을 마시고 귀가하는 3남매 친모의 모습. 2017.12.31 [광주지방경찰청 제공=연합뉴스]
1일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실화 혐의를 인정함에 따라 긴급 체포한 삼 남매 어머니 A(22)씨는 ‘작은 방 입구서 담배를 비벼껐다’고 진술했다.
지난달 31일 오전 2시 26분쯤 광주 북구 두암동 한 아파트 11층 주택에서 불이 나 한방에 자고 있던 4세·2세 남아, 15개월 여아 등 삼 남매가 숨지고 친모 A씨는 양팔과 다리에 화상을 입은 채 베란다에서 구조됐다.
A씨는 만취해서 귀가해 아파트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너무 추워 거실 작은방 입구에 놓인 냉장고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담배를 피웠다고 경찰에게 털어놨다.
그러던 중 작은 방에서 자고 있던 15개월 딸이 잠에서 깨 칭얼대는 소리를 듣고 담뱃불을 덮고 있던 이불에 비벼끄고 들어가 딸을 안고 잠이 들었다는 것이다.
이불에 담뱃불을 끈다는 행위 자체가 정상적이지는 않지만 A씨가 술에 취한 상태였고, 평소에도 이 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 진술대로 담뱃불에서 화재가 시작된 것이라면 현장 불길 흔적은 작은방 입구와 거실 경계지점에 집중됐어야 했다.
그러나 현장 감식 결과 발화점, 즉 불길이 치솟은 흔적은 작은방 입구 반대쪽인 방 안쪽에서 집중적으로 발견됐고 화재로 주로 탄 곳도 작은방이었다.
경찰은 A씨 진술을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할 수도 있지만, 가연성 물질에 불이 붙었다고 생각하면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즉 방 입구에서 불이 시작됐지만, 방 안 이불 등 가연성 물질에 붙어 도화선처럼 방 내부로 불길이 타고 퍼져 급격히 번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여전히 고의로 가연성 물질에 불을 붙여 방 내부에서 질렀을 가능성도 충분히 남아있다.
A씨가 자살을 암시하는 문자 메시지를 남편에게 보낸 점, 진술 내용을 번복한 점 등이 방화를 여전히 의심케 하는 배경이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추가 진술 조사, 국과수 화재 현장 증거물 정밀 분석, 부검, 거짓말 탐지기 조사, 행적 조사 등으로 방화 여부를 집중 수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