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기억할 이름 다섯

최종필 기자
최종필 기자
수정 2017-11-17 08:24
입력 2017-11-16 22:34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 기자회견
목포신항 떠나서 일상으로 복귀
국민들에 고마움 전하며 마무리
내일 유해 대신 유품으로 장례식
“남현철 학생, 박영인 학생, 양승진 선생님, 권재근님, 권혁규군. 이 다섯 사람을 영원히 잊지 말고 기억해 주십시오.”

전남 목포신항에 머물고 있던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이 국민들께 고마움을 전하고 떠난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이 16일 세월호 선체 수색이 진행 중인 전남 목포신항을 떠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남현철군, 박영인군, 양승진 교사, 권재근씨, 권혁규군 등 미수습자 5명의 영결식은 18일 목포신항에서 엄수되며 장례식은 경기 안산과 서울에서 3일장으로 치를 예정이다.
목포 연합뉴스
4대 독자인 남현철 학생의 아버지 남경원(48)씨는 “갑작스러운 결정은 아니다”라며 “선체 조사가 끝날 무렵 산 사람은 살아야지, 다시 생활 터전으로 돌아가 힘을 내야지 하는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배려심과 리더십, 그리고 유머 감각이 풍부한 현철군은 기타까지 잘 쳐 여학생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다. 가족들은 팽목항에 기타 하나를 세워 두고 현철군의 귀환을 기다렸다. 기타에는 ‘아빠, 엄마는 죽을 때까지 너랑 함께 살 거야. 이제 그만 집에 가자’는 가족의 간절함이 적혀 있다. 아이만 찾을 수 있다면 평생 봉사하며 살 것 이라며 애타게 기다렸던 아빠는 “아들이 보고 싶으면 진도로 내려와 현장을 보고 힘을 얻어 돌아갈 것”이라고 울먹였다.

같은 반이었던 박영인 학생은 성격이 발랄하고 쾌활해 부모님에게 딸 같은 아들이었다. 주말마다 부모님 여행에 따라나서는 살뜰한 아들이었다. 영인군은 만능 스포츠맨으로 통했다. 어린 시절부터 축구와 야구 등 구기 종목 운동이라면 가리지 않고 좋아했고, 고등학교에 입학해서는 볼링부 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축구를 좋아해 체대에 진학해 좋아하는 운동을 계속하고 싶어 했다. 영인군의 어머니는 사고 전 아들이 ‘축구화를 사 달라’고 했지만 사 주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려 새 축구화를 팽목항에 가져다 놓고 아들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인솔 교사였던 양승진(실종 당시 57세) 교사의 부인 유백형(56)씨는 ‘남편 발톱 하나라도 찾아 따뜻한 곳에 묻어 줘야지’ 하는 일념으로 지금껏 버텨 왔다. 교직에 몸담은 지 30년이 된 양 교사는 구명조끼를 학생들에게 벗어 준 채 “갑판으로 나오라”고 외치면서 제자들을 구하러 다시 배 안으로 걸어 들어간 게 마지막이었다. 남편이 세월호 선체 좁은 공간에 몸이 끼어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어 한순간도 포기하지 않았다. 3년 전 생존자 명단에 남편이 없어 실신한 뒤로 여러 차례 기절하고 깨어나기를 반복했던 그는 이날도 창백한 얼굴에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모습이었다.

동생 권재근(당시 50세)씨와 조카 혁규(당시 6세)군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린 권오복(63)씨는 생업을 접고 사고 첫날부터 지금까지 자리를 지켰다. 서울에서 힘들게 생계를 꾸리던 재근씨, 베트남이 고향인 판응옥타인(29) 부부는 제주 귀농을 위해 배를 탔다가 혁규군, 연년생 지연(5)양과 함께 변을 당했다. 참사 당시 학생 등 사람들 머리 위로 옮겨 구조됐던 어린아이가 지연양이다. 오빠가 구명조끼를 벗어 입혀 주었다고 했던 지연양은 초등학교 2학년이 됐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이 가족들이 16일 오후 목포신항 철재부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수습자를 가슴에 묻고 오는 18일 목포신항을 떠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 직후 오열하는 가족들을 주변에서 부축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이 16일 오후 목포신항 철재부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수습자를 가슴에 묻고 오는 18일 목포신항을 떠날 방침이라고 밝히며 수색에 앞장선 잠수사와 현장 관계자, 국민께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이 16일 목포신항만 세월호 앞에서 기자회견이 끝나고 오열하고 있다. 미수습자 가족은 ”하루하루 수색이 끝나갈 때마다 우리도 가족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보다 영원히 가족을 못 찾을 수 있다는 공포와 고통이 점점 커져만 갔다”며 ”다섯 사람을 영원히 잊지 말고 기억해 달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은 오는 18일 목포신항을 떠나기로 했다.
뉴스1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이 가족들이 16일 오후 목포신항 철재부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수습자를 가슴에 묻고 오는 18일 목포신항을 떠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 직후 박영인군 부모가 주저앉아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이 16일 오후 목포신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는 18일 목포신항을 떠나겠다고 발표했다. 목포신항 북문 앞에 미수습자인 남현철군, 박영인군, 양승진 교사, 권혁규군, 권재근씨(오른쪽부터) 사진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이 16일 오후 목포신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는 18일 목포신항을 떠나겠다고 발표했다. 목포신항 북문 앞에 미수습자인 남현철군, 박영인군, 양승진 교사, 권혁규군, 권재근씨(오른쪽부터) 사진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16일 오후 목포신항 철재부두에 세월호가 거치돼 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미수습자를 가슴에 묻고 오는 18일 목포신항을 떠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1311일...녹슬고 찢긴 선체
세월호 참사 1311일째인 16일 오후 목포신항에 세월호 선체가 옆으로 누워 있다. 세월호 선체 수색이 사실상 마무리된 가운데 미수습자 가족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18일 목포신항을 떠나겠다고 밝혔다.2017.11.16/뉴스1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이 오는 18일 목포신항을 떠나기로 했다. 가족들이 16일 오후 목포신항 철재부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수습자를 가슴에 묻고 오는 18일 목포신항을 떠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전남 목포신항 세월호 앞에서 열린 미수습자 가족 기자회견에서 단원고 학생 박영인군의 어머니가 오열하며 주저앉고 있다. 기자회견 내내 고개를 푹 숙이며 눈물을 참던 미수습자 가족은 ”다섯 사람을 영원히 잊지 말고 기억해달라”며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은 오는 18일 목포신항을 떠나기로 했다.
뉴스1
16일 전남 목포신항 세월호 앞에서 열린 미수습자 가족 기자회견에서 단원고 학생 박영인군의 어머니가 오열하고 있다. 기자회견 내내 고개를 푹 숙이며 눈물을 참던 미수습자 가족은 ”다섯 사람을 영원히 잊지 말고 기억해달라”며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은 오는 18일 목포신항을 떠나기로 했다.
뉴스1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이 오는 18일 목포신항을 떠난다. 16일 오후 목포신항 철재부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가족들이 ”세월호 선체 수색이 마무리 되어가고 있는 지금 가족들은 비통하고 힘들지만 이제 가족을 가슴에 묻기로 결정했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이 가족들이 16일 오후 목포신항 철재부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수습자를 가슴에 묻고 오는 18일 목포신항을 떠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 직후 박영인군 부모가 주저앉아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유족들은 18일부터 사흘간 장례를 마친 뒤 찾지 못한 유해 대신 유품을 태워 유골함에 안치하기로 했다.

목포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2017-11-1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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