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광우병 시위·촛불 유사한 점 많아”

김상연 기자
수정 2017-01-26 01:22
입력 2017-01-26 00:56
보수 인터넷 방송과 돌발 인터뷰
“崔의 인사천거 문화쪽 외엔 없어최씨 모녀 개명도 이번에 알아
정책 농단·기밀누설 말도 안 돼”
특검 수사엔 “시기·장소 조율 중”
연휴전 ‘여론전 본격 선포’ 분석
1시간 해명… ‘세월호’ 안 밝혀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보수 논객과의 인터뷰를 통해 최순실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나선 것은 탄핵 심판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여론전을 본격 선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규재TV 제공
박 대통령은 ‘세월호 7시간’ 동안 굿이나 마약을 했다는 등의 의혹을 완강히 부인하면서도 7시간 동안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는지는 여전히 밝히지 않아 1시간에 걸친 인터뷰에도 불구하고 의혹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최씨의 재단 설립이나 뇌물 혐의 등과 관련한 공범 혐의에 대한 질문이 세세하게 이뤄지지 않아 이날 인터뷰가 일방적인 변명의 장이 됐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프로그램 진행자인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은 “헌법재판소 변호인들이 박 대통령에게 이 프로그램에 한번 나가 보는 게 어떻겠냐”라고 건의를 해 인터뷰가 성사됐다고 소개했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문답.
→최씨와 고영태씨의 관계를 아나.
-고영태씨의 존재조차 몰랐다.
→정유라를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인가.
-어릴 때 봤다. 정유연에서 개명했다고 들었는데 나는 최근까지 유연으로 알고 있었다. 개명한 것도 이번에 알았다. 최순실씨가 최서원으로 개명한 것도 이번에 알았다.
→특검에서는 최씨와 대통령이 사실상 경제적 동일체라고 했다. 예금통장을 같이 사용하나.
-그런 것 없다.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경제공동체라는 것은 엮어도 너무 엮은 것이다.
→최순실씨가 국정농단의 핵심이라고 한다. 최씨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교육문화수석 등을 통해 대통령 뒤에서 조종을 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인정하나.
-아니다. 국정농단이 인사, 기밀누설, 정책 등 크게 3가지 분야에서 이뤄졌다고 하는데 정책과 기밀누설은 말이 안 된다. 인사는 가능한 한 여러 곳에서 천거를 받아 최적의 인물을 찾게 되는데 공식라인에도 있고 다른 곳에서도 추천을 한다. 물론 추천을 받아도 절차가 있어서 검증을 하고 비교해 보고 이 사람이 잘할 것 같다는 판단이 서면 그때 인사를 한다. 인사는 한두 사람이 원한다고, 천거한다고 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최씨가 인사를 천거하는 과정에서 문체부 외에 다른 부처는 없었나.
-없었다.
→최씨가 인사 추천을 할 때 직접 최씨와 말을 했나 아니면 인사 비서라인을 통해 이뤄졌나.
-비서관을 통해 한다.
→최씨가 여러 회사를 만들었는데 몰랐나.
-몰랐다.
→특검이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을 조사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뇌물죄도 아닌데 구속까지 한 건 개인적으로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다.
→블랙리스트에 대해 알지 못하나.
-모르는 일이다.
→이른바 개혁의 대상인 국회와 언론, 노조, 검찰 이른바 4대 세력이 동맹군을 만들어 대통령을 포위하고 침몰시키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너무 많은 허황된 이야기가 떠돌다 보니 그걸 사실이라고 믿었던 사람이 있었고, 개혁추진에 반대세력도 있었고, 체제에 반대하는 세력도 합류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이번 사건에서 누군가가 언론 뒤에서 자료를 주거나, 굳이 음모는 아니지만 누군가가 뒤에서 관리하는 것 아니냐는 느낌을 토로하는 사람이 많다.
-그동안 진행 과정을 추적해 보면 뭔가 오래전부터 기획된 것이 아니냐는 점을 지울 수 없다.
-혹시 배후로 지목되는 구체적인 인물이라도 있나.
-말씀드리기 좀 그렇다. 어쨌든 우발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헌재의 탄핵심판 절차가 공정하다고 보나.
-공정한 재판이 이뤄지길 바란다. 재판받는 입장에서 제가 함부로 말씀드리기는 그렇다.
→헌재 변론에 출석하나. 특검수사는 언제 받을 계획인가.
-헌재 출석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게 없다. 특검수사는 받을 계획이다. 시기와 장소를 조율 중이다.
→촛불시위는 광우병 시위의 연장선이라는 지적도 있다.
-둘 다 근거가 약했다는 점에서 유사한 점이 있다.
→요즘에는 태극기 시위가 촛불시위보다 많아졌다는데 위로를 좀 받나.
-그분들이 눈 날리고, 추운 날씨에 계속 나오시는지에 대해 생각을 해보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고 법치를 수호하기 위해 고생을 무릅쓰고 나오는 것 같다. 가슴이 좀 미어지는 심정이다.
→혹자는 개성공단 폐쇄도 최씨가 주도했다는데.
-정말 어이가 없는 말이다. 국가 정체성을 수호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데 많은 노력을 해 왔다. 통진당 해산도 같은 맥락이다.
→소문처럼 정말 드라마 보시는 게 맞나.
-드라마를 많이 볼 수 있는 시간이 없다.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면 지금까지 많은 일을 해낼 수 없었을 것이다. 서류는 항상 봐야 한다. 시간 날 때마다 저녁 때도 보고, 필요하면 주말에도 그걸 갖고 물어보기도 하고, 결정을 내려야 하기도 하고, 계속 생각하면서 협의하고….
→세월호 7시간에 대한 집요한 의혹 제기에는 여성 비하 의식이 포함됐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여성이 아니면 그런 식으로 비하를 받을 이유가 없다. 이번 사태를 외국인들이 접하면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무너졌을 것이다.
김상연 기자 carlos@seoul.co.kr
2017-01-2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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