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의 꿈은 패배하지 않았다

박기석 기자
박기석 기자
수정 2016-11-11 02:27
입력 2016-11-10 18:14

“우린 제일 높고 단단한 유리천장을 부수지 못했다” 감동의 승복 연설

“꾸준히 하노라면 거둘 때가 올 것”
성경 인용… 정의 위한 전진 호소
“트럼프는 우리의 대통령” 승복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대선 하루 뒤인 9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뉴요커 호텔에서 패배 인정 연설을 한 뒤 쓸쓸한 표정으로 연단을 내려오고 있다.
뉴욕 AFP 연합뉴스
미국 여성들이 240년간 부수고자 노력했고 지난 8일(현지시간) 드디어 깨질 것처럼 보였던 유리천장은 그들을 비웃듯 견고하게 남았다. 대선에서 패배한 힐러리 클린턴은 그러나 “낙심하지 말고 꾸준히 선을 행합시다. 꾸준히 계속하노라면 거둘 때가 올 것입니다”라는 성경 구절을 인용하며 미국 여성들이 정의를 위해 계속 싸울 것을 호소했다.

클린턴은 대선 하루 뒤인 9일 오전 뉴욕 맨해튼의 뉴요커 호텔에서 패배 연설을 통해 “우리는 제일 높고 단단한 유리천장을 부수지 못했다”며 미국 최초 여성 대통령의 탄생이 어려운 일이었음을 인정했다.


클린턴은 캠프 관계자와 지지자들에게 “여러분이 얼마나 실망했을지 잘 알고 있다. 나도 그러하다”며 “선거 패배는 고통스러운 일이며 고통은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은 그러면서도 “우리의 입헌 민주주의는 권력의 평화적 이양이라는 원칙을 소중히 여긴다”며 “도널드 트럼프는 우리의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결과에 승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은 1776년 자유, 평등, 민주주의를 기치로 영국에 독립했지만 미국 여성들은 오랜 기간 이등 시민에 머물며 정치 참여에서 배제돼 왔다.

미국 여성은 힘겨운 투쟁 끝에 1920년 참정권을 획득했지만 여성의 정치 진출을 막는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은 여전히 존재했다. 저넷 랭킨이 1916년 몬태나주에서 여성 최초로 연방 하원의원으로 당선된 지 100년이 흘렀지만 하원의 여성 비율은 19.4%, 상원은 20%로 세계 평균인 22.8%를 밑도는 수준이다. 2016년 현직 주지사 50명 중 여성은 6명에 불과하다.



올해 여성 최초로 주요 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된 클린턴이 대선에서 맞붙은 후보는 여성 혐오적 발언을 일삼는 트럼프였다. 트럼프는 대선을 한 달 앞둔 지난 10월 과거에 “스타가 되면 여성의 XX(성기를 지칭)를 움켜쥐고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고 발언했던 녹취록이 공개돼 논란을 빚었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같은 달 전국에 생중계되는 3차 TV토론에서 클린턴을 향해 “못된 여자”라고 욕설을 내뱉었다.

클린턴은 비록 패배했지만 “언젠가 어느 누군가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빨리 유리천장을 깰 것”이라고 말하며 희망이 있음을 강조했다. 클린턴이 패배한 날 실시된 상원의원 선거에서는 최초의 참전용사 출신 여성 상원의원, 최초의 히스패닉 여성 상원의원이 탄생해 또 다른 희망의 씨앗이 뿌려졌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2016-11-1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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