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조청을 고며/김정윤

수정 2016-07-15 23:58
입력 2016-07-15 22:54
조청을 고며/김정윤

가마솥 안 갱엿이 졸아붙고 있다

붉은 거품을 터뜨려가며


마그마의 시간을 견딘다

푸른 싹을 틔운 엿기름을 물로 팍팍 치대 가며

누군가의 달근한 미각을 꿈꾸며 신열을 앓는다



마른 장작에 불을 댕기면

또 다른 세상이 환히 비친다

저녁노을이 아랫목에 펼쳐질 때

하얀 복(福)사발에 한 국자의 조청을 퍼 담는다

둥그런 원심력 속에 동그란 목숨이 고이고 있다

2016-07-1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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