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재간으로 재벌 개혁?…정치권력이 독립돼야 경제민주화”

임일영 기자
수정 2016-04-20 22:38
입력 2016-04-20 21:04
‘재벌론’ 운을 뗀 김종인
“재벌이 한국경제 주도, 동의 안 해”경제민주화-재벌개혁 연결엔 경계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20대 총선에서 ‘경제민주화’를 내건 더불어민주당이 원내 제1당으로 부상하면서 재계가 잔뜩 긴장한 가운데 김종인 대표가 지닌 ‘재벌관’의 윤곽이 드러나 눈길을 끈다.
김 대표는 지난 19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재벌 개혁이라는 말은 내가 한마디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4·13 총선 당시 더민주가 내세운 삼성전자의 전장(電裝·자동차의 전기·전자장치)사업 광주 유치 공약에 대해 삼성 측이 이례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고 즉각 밝힌 것과 관련해 경제민주화를 주창해 온 김 대표와 ‘삼성 저격수’인 박영선 의원에 대한 불편한 감정 때문이 아니냐는 질문에 답변하면서다.
김 대표는 “선거 기간 자기네(삼성)들이 검토했다 그러면 더민주를 도와준다는 얘기 들을까 봐 그랬겠지”라면서 “애초 삼성이 백색가전이 거기(광주) 갈 때 내세운 구호가 지역 균형 발전이었으니 똑같은 개념으로 (전장사업을) 광주에 올 수 있는지 노력해 보겠다고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삼성같이 성숙한 기업이 그런 걸 몰라서 되겠나. 우리가 재벌 개혁이란 말을 해 본 적이 없는데…”라고 말했다. 앞서 더민주는 ▲과세 표준 500억원 기업에 대한 법인세율 22%→25% 인상 ▲대기업 사내 유보금 과세 강화 등의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김 대표는 경제민주화가 ‘재벌 개혁론’으로 비칠 것을 경계하면서도 재벌로 상징되는 경제권력으로부터 정치권력이 독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경제민주화는 재벌들이 지켜야 할 룰(규칙)을 정해서 그대로 지키도록 해 준다는 것”이라면서 “스스로 그 룰에 맞추려면 변해야 한다는 것이지 인위적으로 어떻게 개혁을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김 대표는 이어 “재벌들이 한국 경제를 이끌어 간다는 시각 자체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재벌이 자기들 힘으로 우리나라 경제를 끌고 온 것인가. 1960년대 워낙 가난했던 때에 빨리 성장을 해야 되니까 부족한 재원을 몰아주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한 20년 이상 자라다 보니까 힘이 세져 그 사람들이 (경제) 전체를 지배하는 꼴이 돼 버린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또한 “정치권력이 거기(재벌) 예속돼 눈치만 보니까 아무것도 못 하는 것”이라면서 “정치권력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지. 경제민주화라는 게 소위 말하는 경제세력으로부터 정치세력을 해방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2016-04-21 3면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