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조사에 동생 소변 가져간 ‘마약 언니’

김유민 기자
수정 2016-04-03 13:21
입력 2016-04-03 13:21
서울시 제공
다시는 감옥에 가고 싶지 않았던 언니는 머리를 싸매고 방법을 궁리했다. 그러다 묘안이 퍼뜩 떠올랐다. 경찰이 본격 조사에 앞서 소변 검사를 먼저 하는 점을 기억해낸 것이다. 정상인의 소변을 내 것인 양 제출하면 마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을 게 분명했다.
언니는 경찰 출석 직전 여동생을 찾아가 “소변을 달라”고 했다. 언니를 도우려던 동생은 자신의 소변이 담긴 종이컵을 건넸다. 조사에 임한 언니는 “간이 검사를 위해 소변을 제출하라”는 지시에 화장실에 들어간 뒤 동생의 것을 갖고 나왔다.
그런데 검사 결과는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었다. 동생 소변에서 마약 성분 ‘양성’ 반응이 나온 것이다. 경찰은 정밀 검사를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소변을 넘겼다. 무사히 귀가할 줄 알았던 언니는 그 길로 유치장 신세가 됐다.
소변 검사가 양성으로 나온 건 동생이 지병으로 평소 복용하던 약 때문이었다.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른 A씨는 유치장에서 두려움에 떨면서 고민하다가 결국 “소변을 바꿔치기했다”고 경찰에 실토했다.
언니에겐 마약 혐의에 ‘위계공무집행방해죄’가 추가됐고, 동생도 이를 방조한 혐의로 입건됐다. 막상 국과수의 정밀검사 결과는 ‘음성’이었다.
법정에 선 자매는 죄를 뉘우치고 있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언니는 자신의 잘못으로 동생이 범행에 가담했다며 동생을 감쌌다. 동생도 언니를 선처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눈물겨운 자매애에도 수사기관을 속이려 한 죗값은 치를 수밖에 없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김지철 부장판사는 언니에게 징역 1년과 추징금 10만원을, 동생에게 벌금 3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김 판사는 “수사기관의 착오를 이용해 증거를 조작한 자매의 행동은 마약사범 단속을 현실적으로 곤란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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