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런 사람이야… 출신高까지 새긴 ‘과잠’

강신 기자
강신 기자
수정 2016-03-15 23:19
입력 2016-03-15 18:16

대학 학과 점퍼 ‘계급 vs 개성’ 논란

“‘과잠’(학과 점퍼)의 한쪽 팔에는 서울대 마크에 다른 팔에는 출신 고등학교 마크까지, 그렇게까지 서열화를 조장해야 하나요?”

서울대생 김모(23)씨는 지난해부터 새로 등장한 과잠에 대해 비판했다. 서울대에 재학 중인 서울 강남의 S고등학교 동문들은 지난해 서울대 마크와 고등학교 마크를 양팔에 새긴 과잠을 맞춰 입었다. 올해는 서울대생 중 10개 고교 동문이 같은 방식으로 과잠을 맞췄다.

대부분 특수목적고나 유명 자율형사립고다. 김씨는 “사회에 나가면 학벌이 출세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지만 대학생 때부터 ‘그들만의 인맥’을 구축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최모(25)씨는 “자신이 졸업한 고교에 대해 자부심을 갖는 게 뭐가 나쁘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1벌당 4만 5000원짜리 과잠을 두고 대학 사회가 시끄럽다. ‘서열화의 꼬리표’냐, ‘개성의 표현’이냐 하는 논란 때문이다. 대학 이름뿐 아니라 잘나가는 특정 학과나 출신 고교까지 표시하는 것은 과도한 ‘패거리 문화’라는 지적도 있지만 열등감에 빠진 사람의 생각일 뿐 패션 브랜드와 다를 바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서울 구로구의 한 과잠 제작 업체 관계자는 15일 “명문대생은 대체로 자기가 다니는 학교의 상징과 학교명을 등에 크고 선명하게 새긴다”며 “반면 지방대나 전문대는 학교명을 영어 필기체나 영문 이니셜로 바꿔 눈에 잘 안 띄는 곳에 작게 쓴다”고 말했다.

지방대라도 소위 ‘잘나가는 학과’는 전공명을 크게 부착한다. 광고학과가 유명한 수도권 대학의 재학생 이모(23)씨는 “보란 듯이 과잠에 ‘광고학과’라고 박고 다니는 애들을 만나면 보기 싫다는 생각도 들지만 조금은 주눅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 사립대 교직원은 “한 해에 졸업생이 5000명에 육박하니 대학 브랜드만으로는 차별화가 힘들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학과나 출신 고교까지 따져야 차별화가 가능한 상황 아니겠냐”고 말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잠을 입으면서 대학생들이 자신의 신분을 과시하려는 측면이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취업과 학업 등에 치여 외로움을 느끼는 학생들이 과잠을 통해서라도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 하는 것 같아 안쓰럽다”고 말했다.

반면 과잠을 단순히 과시욕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았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명문대생인 것을 과시하고 싶으면 명동 같은 곳에서 과잠을 입겠지만 주로 학교에서 과잠을 입는 것을 보면 결속을 다지기 위한 행동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송관재 연세대 인간행동연구소 전임연구원은 “학교 점퍼를 입는 것은 자기가 속한 집단에 대한 애정을 보이는 것으로 심리학적으로 긍정적인 행동”이라며 “오히려 열등감이 있는 사람이 과잠을 문제시하고 갈등을 일으키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과잠 제작 업자들은 ‘단지 패션’으로 봐 달라고 했다. 한 업자는 “2010년에는 호피무늬가 유행했고 지금은 정장에 쓰이는 헤링본이 각광받고 있지만 연세대의 군청색, 고려대의 진홍색 등 대학만의 특징은 사라지고 있다”며 “과잠을 개성을 분출하는 ‘대학생 패션’ 정도로 봐 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2016-03-16 10면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