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냐, 디스토피아냐 - 다가오는 AI토피아] “인간이 ‘인간’ 알아야 AI 제대로 작동”

강국진 기자
수정 2016-03-10 18:34
입력 2016-03-10 18:24
‘통섭’ 전도사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의 진단
인문학 등 이해 없으면 최첨단 학문 AI도 없어기초학문 계속 천대 땐 첨단과학 먼 나라 얘기
창의적 인간, 세상 주도…여러 학문 넘나들어야
“인공지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말 그대로 인간을 알아야 합니다.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이 없으면 인공지능도 없습니다. 결국 인문학 등 기초학문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인공지능이라는 최첨단 학문도 없습니다.”
그는 “스티브 잡스가 존경과 명성을 얻은 배경에는 일반적인 기술자가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을 가졌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면서 “우리 사회는 그토록 잡스를 존경하면서도 정작 우리는 인문학을 비롯한 기초학문을 키울 생각은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 모순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참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거품 예찬’이란 책을 낸 그는 “일자리도 부족한데 왜 학생을 많이 뽑나 하는 식으로 기초학문을 대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근시안적인 사고”라고 말했다.
그는 “자연은 그 자체로 거품이다. 자연은 낭비를 선택했다”면서 “자연은 엄청나게 낭비를 하고 그중에서 우수한 것을 선택하는 ‘자연선택’ 과정을 거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연 속에 사는 인간은 왜 그런 걸 부정해야만 할까”라고 반문하면서 “우리가 거품을 잘못된 것으로 생각하지만 나는 오히려 거품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에선 인문학 등 기초학문은 학생정원을 줄이고 공대 학생들을 더 많이 뽑으라며 대학을 다그치고 있다. 교육 문제에서 당국이 억지로 수요·공급을 맞추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 세상은 더 창의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주도한다”면서 “그 창의력이라는 게 어디서 나오는가. 진짜 창의적인 인재는 다양한 소양을 갖추고 똑같은 문제를 다양하게 볼 수 있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모두가 인문학만 할 수는 없지만 반대로 모두가 공학만 한다고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세계는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복합적인 문제”라면서 “한 학문 분야가 혼자서 정답을 낼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는 다양한 학문 분야를 넘나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 분야만 배운 사람과 여러 분야를 배운 사람 중 누가 더 유리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오래전에 들었던 한 노벨화학상 수상자의 강연을 예로 들었다. 그는 “한 학생이 노벨상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자 노벨상 수상자는 ‘화학만 열심히 하면 나 같은 사람을 보조하는 연구자밖에 안 되지만 나처럼 화학도 하고 피아노도 하고 책도 읽고 하는 사람이 되어야 새로운 분야에서 성취를 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고 소개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2016-03-1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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