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자본이탈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와 위안화 절하 가능성, 글로벌 큰손들의 환투기까지 겹치면서 달러 뭉칫돈의 탈(脫)중국 속도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지난해 12월 자본유출액은 1587억 달러(약 196조원)로, 9월의 1943억 달러에 이어 2015년 중 두 번째로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중국의 지난해 전체 자본유출 규모는 모두 1조 달러에 달해 2014년의 1343억 달러보다 7배 이상 늘어났다. 블룸버그가 해당 통계를 시작한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에 당황한 중국 정부는 주요 해외투자 촉진 프로그램들의 중단시켰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해외 투자를 허용하는 적격 국내 유한책임 투자자(QDLP)와 적격 국내 개인투자자(QDII2)의 이행이 중단 혹은 지연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QDLP는 중국 내에서 해외 금융상품을 팔 수 있도록 외국 자산운용회사들에 문호를 개방하는 제도이고, QDII2는 중국 투자자들에게 해외 주식투자를 확대 허용하는 프로그램이다. 두 제도는 모두 자본시장 개방 작업의 하나로 추진돼 왔지만, 중국의 성장 둔화에 따른 자본 유출 압력으로 시행이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까닭에 블랙록과 에버딘 에셋매니지먼트 등 7개 글로벌 자산 운용사가 지난해 QDLP 면허를 받고도 6개월이 넘도록 쿼터 할당을 받지 못하고 대기 중이다. 상하이 소재 컨설팅업체 지벤(Z-Ben) 의 크리스 파워스 수석컨설턴트는 “쿼터 중단은 자본 통제에 관한 당국의 포괄적 규제의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실 중국은 이에 앞서 자본이 빠져나가기 어렵게 둑을 높여놨다. 중국 당국은 외국 기업이 중국에서 얻은 수익을 본국으로 보내는 절차를 까다롭게 했다. 전보다 상세한 서류를 요구하는 등 송금을 어렵게 한 것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본토에 있는 상업 은행이 홍콩 내 은행에 위안화 대출을 할 때 금리를 급격하게 올리라고 지시해 위안화 역외 대출을 사실상 금지했다. 헤지펀드와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외국 자산운용사가 중국 본토에서 해외 투자를 위한 위안화 펀드를 조성하는 것을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4대 국유은행의 한 임원은 “역외 위안화 대출 사업은 사실상 끝장났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신용카드 이용을 제한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신용카드로 해외 금융상품을 구매하는 식으로 달러 자본을 홍콩으로 도피시키는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서다.
중국을 빠져나가는 자금의 방향을 다시 돌릴 조치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내 외국인과 외국기업에 금지됐던 양도성예금증서(CD) 투자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인민은행은 중국 본토에 있는 외국은행의 위안화 예금과 함께 외국은행이 홍콩의 중국은행 지점에 예치한 위안화 예금에도 지급준비율(17.5%)을 부과했다. 래리 후 맥쿼리증권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조치로) 홍콩 내 위안화 유동성이 1500억 위안(약 28조 3000억원) 가량 감소할 것”이라며 “중앙은행이 홍콩 내 유동성을 쥐어 짜 위안화 약세에 베팅하는 공매도 세력에 한 방 먹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6개월간 중국에서 3000억 달러가 넘는 자본이 정부도 모르는 사이에 빠져나갔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 수입업자들이 지불한 금액이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수치보다 훨씬 크다는 얘기다. 글로벌 투자은행 도이치은행은 지난달 29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6개월간 중국에서 3280억 달러가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고 유출됐다고 밝혔다. 이같은 유출액은 이 기간 총 자본 유출의 78%에 해당되는 규모이다. 도이치은행은 보고서에서 “지난해 중국은 수입대금으로 2조 2000억 달러를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관세 당국에는 1조 7000억달러로 기록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실제 지불액과 관세 부과액의 차이는 최근 들어 더 확대되고 있다. 도이치은행은 “이러한 현상은 중국 정부의 자본 통제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지난해 8월 이후 11월 한 달을 제외하고 매월 600억달러 이상의 무역수지 흑자를 내며 외환보유액을 쌓아왔다. 그러나 정부가 환율 방어에 나서면서 외환보유액이 급감했다. 지난해 8월 3조 6000억달러에 달했던 외환보유액은 지난 1월 3조 2300억달러로 크게 줄었다. 도이치은행은 “중국 정부가 보다 효율적인 자본 통제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외환보유액은 계속해서 줄고 있다”며 “이는 정부가 어디서 어떻게 자본이 유출되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