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자본·권력의 모순… ‘버려진 이야기들의 항변’

김성호 기자
수정 2015-06-05 17:58
입력 2015-06-05 17:54
왜 목소리가 중요한가/닉 콜드리 지음/이정엽 옮김/글항아리/364쪽/1만 8000원

신자유주의는 이제 본질 자체보다 광범위하게 정착된 전 지구적 체제 현실로 다뤄진다. 그 체제 현실은 신자유주의 독트린, 신자유주의 문화로도 불린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갈수록 심화되는 불평등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등 옹호보다는 비판의 큰 대상이기도 하다. 정서적 안정보다 물질적 풍요를 최선의 가치로 삼고 경쟁을 부추기며 기득권 옹호를 넘어 추앙하는 사회 현실을 수호하는 사상적 바탕….

‘왜 목소리가 중요한가’는 신자유주의의 비판을 한층 세분화해 주목된다. 단순 비판에 그치지 않고 ‘시장 근본주의적 원칙’에 맞선 대안적 사상까지 제시한다. 그 대안은 바로 ‘목소리를 내자’는 것이다. 영국의 런던 정경대학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인 저자는 우선 신자유주의 속 시장 기능을 정치 및 사회질서의 지배적 참조점으로 명확히 설정하고 있다. 국가 운영, 나아가 지구 경제 질서를 규정하는 정책과 정치 이데올로기를 신자유주의 독트린으로 본다.


문제는 신자유주의 문화가 신자유주의 담론에 부추겨져 형성된 사회적 가치와 삶의 방식 전체로서 모든 가치와 규범에 스며들어 개개인의 생존 전반을 결정짓는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저자는 이윤이 윤리가 돼 버린, 경쟁과 이익으로 경험을 틀 짓는 문화에 반대하면서 목소리의 가치 복원을 요청한다. “신자유주의의 가치 체계에 질식된 목소리를 다시 들리게 하는 것은 대항 합리성을 구축하는 과정이며 빼앗긴 인간성의 지반을 되찾고자 하는 시도다.”

저자는 삶과 행복에 중요하지만 주류 경제학에서 ‘시장 외부성’에 불과한 것으로 무시하는 성취감이며 우정, 상호 신뢰, 공동체 감각을 되살리자고 거듭 강조한다. 신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내세우지만 이 자유는 폭력적일 정도로 시장과 돈, 자본의 권리를 옹호하고 다른 가치 규범은 배제하기 때문에 목소리 가치를 부정하는 방식으로 우리 삶과 사회를 조직한다. 그래서 신자유주의 합리성이 지배하는 한 진정한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며, 신자유주의 문화 안에서 침묵 속에 버려진 이야기를 끊임없이 말하는 것과 이 말하기 과정을 분별 있게 지지하는 게 곧 ‘목소리의 실천’이라고 매듭짓는다.

영국인 저자의 논리는 다소 영국 상황에 치우친 인상이 짙다. 하지만 서문에서 밝힌 글은 우리에게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영국은 1970년대 말 신자유주의 독트린을 떠받친 열광적 지지 기반 중 하나일 뿐 아니라 현재의 경제위기로 충격을 가장 크게 받은 선진국 중 하나다. 영국에서 신자유주의적 민주주의가 보이는 모순은 특히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15-06-0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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