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있는 국내 체류 네팔인들
오세진 기자
수정 2015-04-27 01:50
입력 2015-04-26 23:46
“가족 생사 몰라 뜬눈으로 밤새워”…네팔 식당 밀집 창신동 골목 침울
26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동대문역 3번 출구 앞 종로51가길 골목. 네팔 음식점 5곳이 모여 있는 서울시내의 대표적인 ‘네팔타운’이지만 하루 전 고국에서 발생한 대지진 참사 때문에 이날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올해로 9년째 창신동에서 네팔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네팔인 리스만 구릉(50)은 “주말 낮이면 네팔 손님이 적게는 50명, 많게는 100명까지 찾아오는데 오늘은 20명도 안 왔다”고 말했다. 구릉의 가족은 대지진이 발생한 람중 지역(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북서쪽으로 81㎞ 떨어져 있는 곳)에서 북쪽으로 150㎞ 떨어진 곳에 있어 참사를 피했다. 하지만 구릉은 “가족을 잃은 다른 네팔인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국내 중소 규모 철강회사에 올해로 6년째 다니고 있는 셋 바하두르(45)는 대지진 소식을 듣자마자 람중 지역에 살고 있는 가족에게 서둘러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바하두르는 “국제전화로 집에 계속 전화를 했지만 먹통이었다”며 “연락할 방법이 없다 보니 불안해서 전날 낮부터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잤다. 정신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 가까스로 가족들과 통화가 됐다며 겨우 안도했다. 바하두르는 “지진 때문에 다들 밖에서 잤다더라”고 말했다.
바하두르는 그나마 다행인 경우다.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다. 올해로 8년째 네팔 음식점을 영업 중인 커 겐드라(40)는 전날 대지진 소식을 듣자마자 네팔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고 창신동 네팔인들이 전했다. 이들은 휴대전화에서 좀처럼 눈을 떼지 못했다. 대지진 피해를 보여 주는 영상을 계속 살폈고, 현지에 있는 가족과 지인들에게 수시로 안부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지진이 추가로 발생했다는 소식에 동요했다.
가우텀 우샤(35·여)는 “전날 저녁에 카트만두에 살고 있는 부모님이랑 잠깐 통화가 되기 전까지는 계속 부모님 사진만 보면서 살아 계시기를 빌고 또 빌었다”며 “인근에 사는 다른 네팔인들도 다들 밤새 울었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아직 네팔 현지에 전화가 안 되는 곳이 많고 전화도 오래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2015-04-2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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