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선장, 재판에서 女항해사를 지목하며…

수정 2014-08-29 15:31
입력 2014-08-29 00:00

“나는 교대선장에 불과...사고 지점 협수로 아니다” 주장

세월호 이준석(69) 선장이 참사 이후 처음으로 법정에서 입을 열었다. 그러나 이 선장은 관행 핑계를 대고 다른 승무원에게 책임을 돌리려 하는가 하면 동문서답식으로 증언했다.

눈감아 시선피하는 이준석 선장 세월호 이준석 선장이 8일 오전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 눈을 감은 채 구치감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 선장은 29일 광주지법 형사 13부(임정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청해진해운 임직원과 우련통운 등 관계자 11명에 대한 5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참사 원인과 관련해 기소된 피고인들의 과실을 심리하는 단계로 검찰과 피고인 양측이 모두 이 선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 선장은 세월호 출항 전 안전점검 보고표가 허술하게 작성된 경위를 묻는 검사의 질문에 ”관행적으로 했던 것“이라고 답했다.


당시 보고표는 승객수, 화물적재량을 공란으로 남긴 채 삼등 항해사가 선장의 이름으로 서명해 운항관리실에 제출했다.

검사가 “잘못된 관행을 직접 만든 것 아니냐”고 검사가 묻자 이 선장은 “신OO(세월호의 또 다른 선장)이 시켰다. 내가 교육을 시켰어도 그렇게 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세월호 정식선장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신씨가 정식 선장이고 난 나이가 많고 촉탁직이기 때문에 교대선장”이라고 주장했다.

출항 전 화물·구명설비 등 상황을 확인하기는 했느냐는 질문에 ”다른 건 눈으로 확인했고 화물은 일등 항해사 담당“이라고 증언했다.



사고 지점이 위험 해역인데도 조타실을 떠나 침실로 간 이유를 변호인이 묻자 이 선장은 “맹골수도는 협수로가 맞지만 사고가 난 곳은 폭이 6마일, 즉 11km 정도 되는 구간으로 상당히 넓은 해역”이라며 “항해사가 무난히 잘할 것으로 믿었다”고 했다. 사고 당시 조타, 즉 배의 운전을 지휘하고 있던 초보 3등 항해사 박모(25·여)씨에게 책임을 돌린 말이다.

이 선장은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듯 질문의 취지에서 벗어난 답변을 반복하기도 했다. 재판장은 자리를 질문자 쪽으로 옮기도록 하고, 신문에 나선 검사는 목소리를 키워 질문했다.

특히 이 선장은 과적을 거부하거나 시설 개선요구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은 이유, 출항 당시 평형수나 화물적재량 등 선장의 책임과 관련한 민감한 질문에는 말을 더듬거나 동문서답하는 모습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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