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여름의 전설/김근

수정 2014-08-02 02:25
입력 2014-08-02 00:00


여름의 전설/김근




대낮에서 그늘로 느리게

첨탑의 시곗바늘이 움직인다

엄마들의 팔이 벤치 아래로



늘어뜨려진다 차례로 고개 떨궈진다

광장 한복판 분수대에선 눈부시게

흠씬 아이들의 웃음이 두들겨 맞는다

이도 없이 잇몸으로만 자지러지던

아이들이 제 웃는 그림자를 늘인다 끝없이

그림자들 광장에 범람한다 촘촘한

그림자들에 새들은 꺄르르 쉽게 포획당하고

매미 소리 순식간에 증발한다

첨탑은 무너진다 광장은 곧 폐쇄된다

살을 다 뜯어 먹힌 바람 한 줄기

가까스로 불어 간다 대낮에서 그늘로
2014-08-0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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