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균 전격 검거] “타살·자연死 여부 판명 불가”… 법의학도 못 푼 ‘미스터리’
수정 2014-07-26 04:08
입력 2014-07-26 00:00
국과수, 유병언 시신 감정 결과 발표
시체는 말이 없었다. 지난달 12일 전남 순천에서 발견된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체는 왜, 언제, 어떻게 숨을 거뒀는지 힌트를 남기지 않았다. 수사 당국의 부실한 초동 수사 탓에 시체 수습이 늦어져 두개골이 드러날 만큼 심하게 부패했기 때문이다. 유씨 사인은 결국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25일 서울 양천구 신월동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분원인 서울과학수사연구소. 유씨 시체에 대한 감정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취재진 앞에 선 서중석 원장은 뼈와 근육, 치아, 장기 상태 등을 정밀 분석한 결과를 설명한 뒤 ‘사인 판명 불능’이라는 결론을 내놓았다.
25년 경력의 법의학자인 그도, 세계 최고라고 자평한 국과수도 첨단 과학 기법을 총동원했지만 진실을 찾아내지 못했다. 이한영 국과수 중앙법의학센터장은 “유씨 시체는 조직 손실이 너무 심해 사인 규명을 위한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국과수의 감정 결과 중 새로운 사실은 유씨가 독극물에 의해 자살 또는 타살됐거나 독사에 물려 숨졌을 가능성은 낮다는 점 정도다. 유씨의 간과 폐, 근육 등에 일반독물과 마약류 등에 대한 감정을 했지만 음성 판정이 나왔다. 물론 시체가 발견된 지 40여일이 지난 까닭에 약·독물이 이미 사라졌을 가능성도 있다. 이윤성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독극물 중에는 수년이 지나서도 검출되는 것도 있지만 어떤 종류는 금세 혈액에서 사라지거나 국과수 검사 대상이 아닌 탓에 찾아내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국과수는 유씨가 외부 공격으로 살해당했다는 증거도 찾지 못했다. 목 졸린 흔적이 없었고 ‘시체 발견 때 목이 잘려 있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흉기에 찔린 흔적도 없었다. 서 원장은 “타살 흔적은 찾지 못했고 장기 손상 등이 심해 유씨가 지병이나 탈진, 저체온증 등에 의해 자연사했는지도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자연스럽게 ‘병사’ 혹은 ‘자연사’ 가능성이 주목된다. 국과수 요청으로 발표 현장에 참석한 강신몽 가톨릭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유씨가 신발과 양말을 벗은 채 숨진 모습이 찍힌 현장 사진을 보면 저체온증으로 인해 덥다고 착각해 ‘이상 탈의’ 증상을 겪은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사망 시점 확인도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서 원장은 “부패는 세균이 얼마나 증식할 수 있는지 습도와 온도가 결정적인데 같은 장소, 같은 계절이라도 매번 다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부패가 된다고 말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어렵다”며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를 보고 (사망 시점을) 알아내는 방법도 있지만 발견 당시 구더기에 의해 부패가 돼 있어 알아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진상으로 (죽은 지) 10~15일이라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것보다 오래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2014-07-26 2면
관련기사
-
유병언 장남 대균 검거… 아버지 죽음 안 믿었다
-
유대균 ‘횡령 혐의’ 부인…검찰 구속영장 청구
-
유대균 검거순간 영상공개…박수경 두손들고 ‘투항’
-
박지원 “사체발견 지점은 민가 인근, 개 짖지 않아”
-
검찰 유대균·박수경 수사 ‘속도’…오늘 영장 청구
-
‘유병언 유류품 찾기’…현장 풀 베고 수색견 동원
-
유병언 일가 수사…유대균은 ‘깃털’ 차남이 ‘몸통’
-
금수원서 이틀째 하기수양회…”행사 중 입장발표 없다”
-
법원, 유병언 계열사 ‘정석케미칼’ 회생절차 개시 명령
-
[유대균 전격 검거] 함께 검거 ‘호위무사’ 박수경은 누구
-
[유대균 전격 검거] 측근 여동생 빈 오피스텔에 수도·전기료… “누군가 있다” 급습
-
“유병언 맞다” 빼고 아무것도 못 밝혀
-
[유대균 전격 검거] 일부 범죄 전문가 여전히 “타살 의심”
-
[유대균 전격 검거] “유병언 사인 우리가…” 檢, 측근 2명 잡기 총력
-
[유대균 전격 검거] 장남, 계열사 지주회사 ‘최대주주’ 세월호 보상 책임재산 확보 탄력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