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선원들 무서운 거짓말… 朴대통령 “살인 행위”

수정 2014-04-22 03:17
입력 2014-04-22 00:00

세월호 - 진도VTS 교신에서 드러난 비상식 조치

세월호와 진도해상교통관제센터(VTS)의 교신 내용이 공개되면서 긴박한 상황 속에서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이 취한 비상식적인 조치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승객들을 구해야 할 시간에 선원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선교(브리지)에 모여 있었는가 하면 탈출과 관련해서는 뻔뻔한 거짓 보고를 반복했다. 침수 상황을 묻는 말에 엉뚱하게도 선원 자신들의 위치를 이야기하기도 해 일각에선 선장과 선원들이 이미 승객의 구조에는 아예 관심이 없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침몰 시 마지막까지 배에 남아 승객을 구해야 하는 선장과 선원들이 400여명이 넘는 탑승객들의 구조를 무시하고 자신들만 서둘러 배를 탈출했다. 이를 두고 미국 뉴욕타임스는 선장 이준석(69)씨가 자랑스러운 국제 해양법 전통을 깨뜨렸다고 보도하는 등 이씨는 세계적인 ‘악마’가 됐다. 이씨와 선원들이 무서운 거짓말을 한 이유는 왜일까.

“엄마 울지마… 꼭 살아 돌아올 거야” 가족들의 생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던 실종자 가족들의 슬픔이 갈수록 더욱 커지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 엿새째인 21일 전남 진도군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실종자 가족이 서로 부둥켜안은 채 슬픔을 삼키고 있다.
지난 20일 해경이 공개한 교신 내용 등에 따르면 지금껏 가장 이해 못할 점은 탈출 방송과 관련한 이씨와 선원들의 거듭된 거짓말이다. 사고 당일인 16일 오전 9시 10분쯤부터 “너무 기울어져 움직일 수 없다”, “탈출은 불가능하다”라는 말만 세 차례나 반복했다. 교신 내용대로라면 이미 탈출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지만 세월호 상황은 달랐다. 당시 일부 구명조끼를 입은 승객이 바다로 뛰어들었고, 인근에는 구조를 위해 선박들이 세월호 주변을 돌고 있었다.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엿새째인 21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시신의 정보가 적힌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엿새째인 21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한 실종자 가족이 사고해상을 향해 앉아 기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닷새째인 20일 밤 조명탄과 채낚기 어선 불빛으로 밝혀진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3km 앞 사고 해상에서 구조대원들이 실종자 수색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닷새째인 20일 밤 조명탄과 채낚기 어선 불빛으로 밝혀진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3km 앞 사고 해상에서 구조대원들이 실종자 수색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오후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3km 앞 사고 현장 선수부분에 바지선이 정박해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사고현장에서 해군 해난구조대(SSU)와 특수전전단(UDT/SEAL) 소속의 잠수사들이 고무보트를 타고 높은 파도와 강한 조류와 싸우며 실종자 탐색구조작전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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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 침몰사고 닷새째인 20일 오전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에서 한 실종자 가족이 엎드려 기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새벽 한 실종자 가족이 정홍원 국무총리가 탄 차를 막아서며 항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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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새벽 실종자 가족들이 정부의 대처를 믿지 못하겠다며 청와대를 항의 방문하려다 저지당한 가운데 현장을 찾은 정홍원 국무총리가 가족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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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진도군 실내체육관에 머물던 실종자 가족들이 정부의 대처를 믿지 못하겠다며 20일 오전 청와대를 항의 방문하려다가 이를 저지하는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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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새벽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에 구조대가 선내에 진입하면서 시신 3구를 발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진도군 팽목항에 앰뷸런스가 줄지어 대기하는 등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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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사고 발생 나흘째인 19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바라본 사고 해역 위로 조명탄이 불빛을 밝히고 있다. 이날 해경은 밤 사이 880발의 조명탄을 쏴 야간 수색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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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국정원 시국회의 주최로 4·19 혁명일 맞이 범국민대회가 열린 가운데 이날 집회 현장 인근에 세월호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메시지가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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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조계사에서 시민이 진도 여객선 실종자 무사 귀환을 기원하며 촛불로 완성한 ’기다릴게’. 이날 조계사에서는 진도 여객선 실종자 무사귀환 발원 및 국내외 장애인·난치병 어린이 지원 3000배 철야 정진 행사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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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나흘째인 19일 오후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에서 한 실종자 가족이 성경책을 펴놓은채 간절하게 기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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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3km 앞 사고 해상에 높은 파도가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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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3km 앞 사고 해상에서 민간 다이버들이 입수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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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사고 해상에 세월호로부터 흘러나온 기름을 방제하기 위한 방제정이 투입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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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3km 앞 사고 해상 대형공기주머니인 리프트백 부근에서 해양경찰 등이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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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3km 앞 사고 해상에서 세월호를 인양할 해상 크레인이 도착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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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 23분 “승객들에게 구명조끼 등을 입히라”는 지시에 세월호는 “방송이 불가능하다”고도 답했다. 하지만 당시 배 안에는 “안전한 배 안에서 기다려라”라는 방송만 계속 흘러나오던 상황이었다. 진도VTS와의 마지막 교신 시점인 9시 37분 세월호는 “…방송했지만 (승객들이)좌현으로 이동하기 힘들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후 선원들은 먼저 배를 빠져나왔다. 하지만 정작 탈출 방송을 들었다는 이는 아무도 없다. 구속된 선장 이씨가 탈출 명령을 했다는 것은 거짓말이라는 음성 분석도 21일 나왔다. 조동욱 충북도립대학 교수는 검찰 송치 당시 이씨의 음성을 분석한 결과 “보통 성인 남성이 말할 때 음역은 120∼180㎐, 강도는 75㏈ 전후이지만 이날 이씨의 음성은 이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면서 “양심에 꺼리는 답변을 했기 때문”이라며 이씨의 답변은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정작 선장의 결정을 기다리는 애타는 질문에 선교는 침묵했다. 생존자 진술에 따르면 당시 숨진 승무원 박지영(22)씨는 오전 9시부터 30여분간 “승객들을 탈출시켜야 하느냐”고 선교에 10차례 무선을 쳤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선교는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은 9시 17분 교신 내용이다. 교신 내용에 따르면 승객을 구해야 할 시간에 선장과 선원들은 이미 구명조끼를 입고 선교에 모여 있었다. 당시 진도VTS는 “침수 상태는 어떠냐”고 물었지만 엉뚱하게도 대답은 “구명조끼를 입은 선원들이 선교에 모여 있다. 빨리 와 달라”는 내용뿐이었다. 이 때문인지 승무원은 29명 가운데 20명이 생존했다.

정태권 한국해양대 해양학부 교수는 “일반적으로 배는 50도 이상이면 이미 한계를 넘어 전복 위기에 빠진 상황”이라면서 “한계 경사각을 넘었다고 판단했다면 선장은 머뭇거리지 말고 탈출 명령을 내렸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2014-04-2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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