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크림서 軍 철수… 사실상 항복
수정 2014-03-21 03:56
입력 2014-03-21 00:00
리더십·군사력 부재로 영토 내줘… 크림 영공 등 ‘잠정 상실지’로 규정
러시아가 합병 조치를 가속화하는 크림반도에서 우크라이나는 병력을 철수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과도정부가 크림반도를 ‘잠정 상실지’로 규정하고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군사적 관점에서는 “사실상 항복한 것”이라고 뉴욕타임스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뉴욕 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총 한 방 제대로 쏴 보지도 못하고 무기력하게 영토를 내준 것에 대한 분석이 분분하다.
무엇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도상훈련을 하듯 빈틈없는 시나리오에 따라 군을 투입, 우크라이나군을 단숨에 제압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반면 나토는 군사력을 동원할 수 없었던 데다 서방의 자산동결과 같은 제재 조치도 러시아에는 통하지 않았다. 영국 싱크탱크 채덤하우스의 나토 전문가 캐서린 맥기니스는 “나토가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에 개입한 뒤 무력을 사용하는 것이 갈등 해결에서 최선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그 후 시리아 등에 대해 군사 개입을 꺼린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 전력이 러시아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열악한 것도 무력했던 한 이유로 풀이된다.
특히 우크라이나 지도자들은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을 쫓아낼 때와 같은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력을 보여 주지 못했다. 2004년 오렌지 혁명을 주도했던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는 지난달 교도소에서 석방됐지만 신병치료차 독일에 머물면서 크림 사태와 관련해 결사항전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티모셴코 전 총리는 19일에야 귀국길에 올랐다.
우크라이나 과도정부가 서방을 통한 외교적 해결에 주력했던 것도 러시아의 무혈입성을 방조한 꼴이 됐다. 서방은 “크림반도를 점거하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러시아에 외교적 압박은 가했지만 우크라이나 편에서 총을 들어주지는 않았다.
한편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의회는 20일 크림자치공화국과 세바스토폴, 해당 지역의 영공, 영해, 배타적 경제수역, 대륙붕과 그에 속한 광물자원을 잠정 상실지로 규정한 선언문을 채택했다. 이어 “우크라이나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고통스럽더라도 크림의 해방을 위한 싸움을 중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의회는 잠정 상실지에서의 경제활동과 출입을 제한하는 법안도 승인했다. 이날 선언문 채택은 크림이 러시아와 합병 절차를 시작한 이후 우크라이나 의회의 첫 공식 입장이다.
이기철 기자 chuli@seoul.co.kr
2014-03-2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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