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내가 진 것은 아니다”…‘순순히’ 공화당 패배 인정한 진짜 속내 [핫이슈]

송현서 기자
송현서 기자
수정 2026-11-05 15:00
입력 2026-11-05 15: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으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일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민주당에 참패하자 예상 밖의 반응을 보였다. 선거 운동 내내 ‘부정선거’를 언급하던 그는 “민주당과 협조할 일이 많을 것”이라며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당일 저녁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 중 선거 결과를 받아들일 것이냐는 질문에 “결과를 받아들일 의향이 전적으로 있다”며 “민주당과 협력할 것이다. 아마 어떤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날 오후 10시 37분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에 “나는 투표용지에 없었다. 내가 출마했다면 우리는 압승했을 것”이라고 적었다.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민주당에 축하를 보낸다. 그들이 잘했다”라며 긍정적인 평가까지 내놨다.

트럼프, 선거 결과와 정치적 심판 분리하려는 듯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민주당과의 협력을 거론하고 ‘태연하게’ 축하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공화당의 이번 참패 결과가 자신에 대한 심판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NYT에 “민주당이 11년 동안 이번 승리를 기다려왔고 마침내 이뤄냈다”면서도 “하지만 나는 이번 결과를 나에 대한 타격으로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지자들은 일부 공화당 후보를 좋아하지 않았으며, 일부 후보는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층에 동기를 부여하지 못했다”며 “나는 당을 위해 개인적으로 잘 맞지 않는 후보들까지도 지지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의 승리는 인정하면서도 그 결과가 자신의 행정부에 대한 심판이라는 해석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2026년 10월 23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주 선거유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연합뉴스


AP 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전후 태도 변화를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AP는 “트럼프 대통령이 9월 1일부터 선거일까지 진행한 연설과 유세 39건을 분석한 결과, 그중 30건에서 자신이 직접 출마한 것처럼 생각하고 투표하라는 취지의 표현을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하지만 실제 선거에서 공화당이 패배하자 그는 폭스뉴스에 ‘이번 결과를 나의 패배로 생각하고 싶지 않다. 나는 투표용지에 없었다’고 말했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의 패배에 대한 책임을 피하려는 태도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선거 전에는 자신과 공화당 후보들을 하나로 묶어 지지를 호소했지만 선거 후에는 자신과 후보들의 책임을 분리했다는 것이다.

2021년 1월 6일 미국 수도 워싱턴DC의 의회 의사당 청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쪽 벽을 타고 청사에 침입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부정선거를 주장했던 2020년 대선 당시와 이번 중간선거를 비교해 봐도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의 참패와 자신의 정치적 심판을 분리하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2020년 대선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에 조 바이든의 승리를 인정하지 않은 채 “이번 선거에서는 엄청난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중간선거 유세 과정에서도 부정선거 의혹을 자주 언급했으나, 실제 선거에서 공화당이 패배한 후에는 예상과 달리 결과를 받아들였다. 이는 2020년 대선의 승패에는 자신의 대통령직이 달려 있었으나 이번 선거의 패배는 자신이 아닌 공화당의 몫으로 돌릴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화당 정치 컨설턴트 마이크 머피는 4일 워싱턴포스트에 “이번 결과는 트럼프 대통령이 규정한 공화당에 대한 전면적인 거부”라며 “패배 후 자신이 투표용지에 없었다고 주장한 점이 그 근거”라고 말했다.

“민주당 승리 규모가 너무 컸다”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결과를 받아들인 또 다른 배경으로 민주당의 압승을 꼽는다.

젠 골벡 메릴랜드대학 교수는 4일 AP에 “민주당이 예상하지 못했던 여러 지역에서 승리하고 있다는 사실과 유권자들의 높은 참여 열기가 드러났다”며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지역에서 선거 조작이 있었다고 주장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짚었다.

전직 애리조나주 마리코파 카운티 선거관리 책임자 스티븐 리처는 워싱턴포스트에 “트럼프에게 충성하는 선거 부정론자들의 움직임은 대통령의 지시에 영향을 받는다”며 “트럼프가 부정선거 주장을 적극적으로 제기하지 않는다면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움직임이 상당한 정치적 압력을 형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AP는 “부정선거 주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며 “뉴욕주 웨스트체스터 카운티에서 투표기 오류로 투표용지 집계가 지연되자 일부 보수 성향 인사들이 이를 선거 조작의 증거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송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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