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명 넘게 본 ‘탁구 생중계’, 알고보니 물건 팔이용 가짜 경기? [여기는 중국]

수정 2026-11-03 17:40
입력 2026-11-03 17:40
중국에서 상품 판매를 위해 가짜 탁구 경기를 생중계하는 라이브방송이 등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두스콰이바오 캡처


중국에서 실제로 열리지 않은 탁구 경기를 생중계처럼 꾸며 시청자를 모은 뒤 물건을 파는 방송이 등장했다. 과거 경기의 현장 소리에 가짜 점수판과 AI 해설을 덧붙이는 방식이다. 일부 방송의 누적 시청자 수는 20만명을 넘었다.

3일 중국 두스콰이바오에 따르면 최근 위챗 영상채널과 더우인 등에서 ‘실시간 탁구 경기’나 ‘중국 국가대표 경기’를 내건 가짜 중계가 잇따라 확인됐다.


한 방송에서는 중국 왕이디와 일본 하리모토 미와가 마지막 게임까지 접전을 벌이는 것처럼 해설만 이어졌다. 게임 스코어는 3대3, 마지막 게임 점수는 29대28이었다.

화면 상단에는 ‘중국팀 파이팅’이라는 문구가 크게 걸렸고, 그 아래에는 ‘탁구 명경기 분석·다시 보기’라는 작은 글씨가 붙어 있었다. 진행자는 흥분한 목소리로 해설하며 응원 댓글과 ‘좋아요’를 유도했다.

방송 속 경기는 왕이디가 마지막 게임을 30대28로 이기는 것으로 끝났다. 시청자들은 “정말 힘든 경기였다”, “왕이디의 승리를 축하한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방송 동시 접속자수는 4만명이 넘었고, ‘좋아요’는 1만 8000개에 달했다.



그러나 경기 영상은 없었다. 인공지능(AI) 음성이 점수를 읽어줬고, 실제 두 선수의 맞대결 기록에도 해당 점수는 존재하지 않았다.

승부가 끝나자 진행자는 곧바로 상품 판매에 나섰다. 왕이디의 승리를 기념한다며 “왕이디도 사용하는 마스크팩”을 한 장에 1위안씩 판다고 홍보했다. 20장을 사면 5장, 80장을 사면 30장을 더 주겠다는 행사도 내걸었다.

이 같은 방송은 경기장 소리와 탁구공을 치는 소리, 관중의 함성을 배경으로 깔고 진행자가 실시간 해설을 하는 방식으로 시청자를 끌어모은다. 점수판까지 수시로 바뀌다 보니 공식 경기 일정을 모르는 사람은 실제 중계로 받아들이기 쉽다.

제작 방식도 단순했다. 온라인에서 가져온 경기 자료의 소리에 직접 만든 점수판을 붙이고, 한 경기가 끝나면 같은 자료를 다시 사용했다. 여러 계정이 비슷한 화면과 멘트를 활용해 번갈아 방송하면서 하루 종일 경기가 열리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시청자가 모이면 상품 링크가 올라왔다. 판매 품목은 마스크팩과 안구 세정액, 양말, 세탁세제 등으로 다양했다.

한 진행자는 취재진에게 “시청자가 적으면 물건이 팔리지 않는다”며 “최소 1800명은 넘어야 한 번에 8~10건 정도 팔 수 있다”고 말했다. 접전이 벌어지는 순간이나 특정 게임 도중에 시청자 수를 확인해 상품을 소개한다는 설명도 했다.

가짜 중계를 알아챈 팬들이 문제를 제기해도 방송에서 쫓겨났다는 증언이 나왔다. 한 탁구 팬은 “처음에는 경기 시간을 잘못 기억한 줄 알았지만 공식 일정을 확인하고 가짜라는 것을 알았다”며 “댓글로 의문을 제기하자 강퇴당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팬도 “신고했지만 그대로였고, 댓글을 달면 쫓겨난다”고 주장했다.

기사 댓글에는 다른 종목에서도 비슷한 방송을 봤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한 시청자는 “서로 다른 두 방송에서 같은 당구 선수의 경기를 동시에 봤는데 옷차림이 달랐다. 둘 다 생중계라고 했다”고 적었다. “오래된 경기 영상을 틀어놓고 생중계라며 물건을 파는 곳이 많다”는 댓글도 달렸다.

베이징 중인법률사무소의 야오위천 변호사는 “경기 영상뿐 아니라 음성도 무단으로 사용하면 저작권 침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녹화 자료를 생중계로 꾸미고 점수까지 조작해 구매를 유도하는 행위 역시 허위 광고나 소비자 기만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플랫폼도 신고를 받은 뒤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책임을 질 수 있다며, 운영자 확인과 콘텐츠 심사, 위반 방송 중단 등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민정 중국 통신원 ymj024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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