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오면 받겠다는데…젤렌스키, 푸틴과 통화에 주저하는 이유 [이슈분석+]

박종익 기자
박종익 기자
수정 2026-11-02 14:30
입력 2026-11-02 14:30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FP, EPA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화 통화를 요청할 경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를 받을 것이라는 크렘린궁의 발언이 나왔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은 1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TV 채널인 베스티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젤렌스키 대통령이 먼저 전화를 건다면 푸틴 대통령이 이를 받겠느냐고 묻자 “당연히 응답할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대화를 거부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협상을 정말 원한다면 모스크바로 올 수도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에 앞서 지난달 30일 크렘린궁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도 ‘푸틴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할 것인지’ 묻는 말에 “누구와도 대화할 의향이 있다. 아직 아무도 전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샤코프 보좌관의 이 인터뷰는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의 발언 이후 나왔다. 앞서 시비하 장관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직접 정상 회담을 통해 분쟁의 가장 민감하고 어려운 핵심 쟁점, 특히 영토 문제를 해결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10월 2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크렘린궁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간의 직접 회담을 피하기 위해 전화 통화를 제안하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실질적 성과가 거의 없을 전화 통화를 하려 한다고 의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는 양 정상의 대면 정상회담을, 러시아는 전화 통화를 먼저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젤렌스키 대통령으로서는 선뜻 전화를 먼저 걸지 못하는 복잡한 상황이다. 전화상으로는 민감한 영토 문제 등의 과제를 해결하기 힘들어 평행선을 달리는 통화로 그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러시아로서는 우리는 대화했으나 우크라이나가 무리한 요구를 했다며 전쟁의 책임을 돌릴 수 있어 시간을 더 끌 수 있다. 또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모스크바로 들어오라는 발언은 ‘러시아에 항복하러 간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예전부터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대면 회담 장소로 모스크바를 고집해 왔으며, 젤렌스키 대통령은 신변 안전과 정치적 명분 때문에 이를 지속적으로 거부해 왔다.



10월 31일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만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FP 연합뉴스


반면 우크라이나는 양국 정상이 제3국에서 만나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구체적인 영토와 종전 조건을 협상하는 대면 정상회담을 강력히 원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7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토 문제는 전쟁 중인 국가의 지도자들만이 논의할 수 있다”며 영토 문제가 종전 협상에 가장 중요한 현안임을 언급했다.

러시아는 2014년 병합한 크림반도뿐 아니라 전쟁 이후 자국 영토로 편입했다고 주장한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 등 우크라이나 4개 주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아직 완전히 점령하지 못한 도네츠크주 약 20% 지역에서도 우크라이나군의 자진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현재 전선을 기준으로 전투를 중단하는 휴전은 수용할 수 있지만, 추가로 영토를 양보하거나 점령지에 대한 러시아의 영유권을 법적으로 인정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박종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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