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 없어도 해병대 투입…한화가 만들 美 ‘상륙함’의 임무는? [밀리터리+]

윤태희 기자
윤태희 기자
수정 2026-11-02 07:00
입력 2026-11-02 07:00

필리조선소서 1척 건조 계약…3척 추가 옵션·2027년 말 착수 예정
해안에 병력·차량 내리고 섬 사이 보급…美해병대 분산 작전 지원

미 해군 중형상륙함(LSM)의 기반 설계로 채택된 네덜란드 다멘의 LST-100 상륙함. 한화는 이 설계를 기반으로 미국 필리조선소에서 LSM을 건조할 예정이다. 다멘 제공


항구가 없는 해안에 해병대와 차량을 내리고 섬 사이로 탄약과 연료를 나르는 군함. 한화가 처음 건조 계약을 따낸 미 해군 중형상륙함(LSM)이 맡을 임무다. 소규모 부대를 여러 거점에 분산하는 미 해병대 구상에서 병력을 옮기고 작전을 지속하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한화그룹은 1일 한화디펜스USA가 지난달 29일 미 선박관리업체 토트서비스와 중형상륙함 1척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 규모는 2억 6900만 달러(약 3600억원)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하며 3척을 추가로 건조할 수 있는 옵션도 포함됐다.


한화가 2024년 12월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뒤 미 해군 함정의 신규 건조 계약을 확보한 것은 처음이다. 건조는 2027년 4분기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번 계약은 미 해군이 전문업체에 조선소 선정과 건조 관리를 맡기는 선박건조관리자(VCM) 방식을 통해 이뤄졌다. 토트서비스는 경쟁 절차를 거쳐 한화디펜스USA를 선정했으며 가격 경쟁력과 계약 조건 수용을 선정 이유로 제시했다.

섬에 내려놓고 끝?…이동하는 부대 따라 보급도 움직인다
다멘 LST-100의 차량·장비 적재 구상을 보여주는 투시도. 선체 내부와 상부 갑판에 장비를 싣고 선수·선미 경사로로 차량을 이동시키는 구조를 표현했다. 미국형 중형상륙함의 최종 적재 구성과는 다를 수 있다. 다멘 제공




미 해병대가 구상하는 원정 전진기지 작전은 소규모 부대가 섬과 해안의 임시 거점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여러 지점에 전력을 분산해 해상 감시와 공격 등을 수행한다.

이 구상이 작동하려면 병력뿐 아니라 차량과 무기, 탄약과 연료도 함께 옮겨야 한다. 부대가 위치를 바꾸면 보급망도 따라 움직여야 한다. 미 해군 예산자료는 중형상륙함의 주요 임무로 해병연안연대의 분산 기동과 군수 지원을 제시한다.

미 해군 전문매체 USNI뉴스는 이 함정이 서태평양에서 중국에 대응하는 미 해병대 전략의 주요 요소라고 설명했다. 섬과 해안의 임시 기지에서 대함미사일을 운용하려면 관련 병력과 장비를 필요한 곳으로 수송할 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함정의 기반은 네덜란드 다멘의 LST-100 설계다. 길이 100m, 폭 16m인 기본형은 선수와 선미에 차량이 드나드는 경사로를 갖췄다. 항만 시설 없이도 확보된 해안에 병력과 장비를 직접 내릴 수 있다. 다만 접근 가능한 수심과 해안 조건이 필요하다.

따라서 적의 방어를 뚫고 어디에나 병력을 상륙시키는 배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핵심은 분산된 거점을 연결하고 병력의 재배치와 보급을 지원하는 데 있다. 기본 설계의 제원과 장비 구성도 미국형 최종 사양과 모두 같다고 단정할 수 없다.

설계 참여에서 실제 건조로…후속 물량은 아직 별개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8월 26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국가안보다목적선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 명명식 축사를 하고 있다. 한화는 이 조선소에서 미 해군 중형상륙함을 건조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한화의 미 해군 사업 참여는 설계에서 건조로 넓어지고 있다. 한화디펜스USA와 필리조선소는 지난 3월 함정 설계업체 바드와 차세대 군수지원함(NGLS)의 시장 조사와 개념 설계에 참여하는 계약을 확보했다. 이번에는 실제 함정을 건조하는 단계로 나아갔다.

필리조선소는 토트서비스와 미국 해양청의 국가안보다목적선(NSMV) 4척을 건조·인도한 경험도 갖고 있다. 한화디펜스USA는 올해 초부터 현지에 인력을 투입해 해군 함정 건조 준비를 지원해왔다고 밝혔다.

미 해군은 초기 중형상륙함 사업에 기존 설계를 활용하고 여러 조선소를 참여시키는 방식을 택했다. 새 설계를 개발하는 부담을 줄이고 미국 내 건조 역량을 활용해 필요한 함정을 확보하려는 접근이다.

한화의 확정 수주와 향후 물량은 구분해야 한다. 이번 계약은 1척 건조와 3척 추가 옵션으로 구성됐다. 옵션 물량은 실제 발주가 이뤄져야 확정된다.

토트서비스가 관리하는 초기 사업은 최대 8척이며 미 해군·해병대의 전체 도입 계획은 35척이다. 모두 한화가 건조하는 물량은 아니다. 사업 전체 첫 함정의 예상 인도 시점인 2030년 역시 한화 건조함의 납기로 단정할 수 없다.

한화는 이번 계약으로 미 해군 함정의 건조 실적을 쌓을 기회를 얻었다. 맡은 함정을 정해진 일정과 예산에 맞춰 완성하는 일이 후속 수주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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