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전쟁 준비돼 있지만 원하지 않는다”…푸틴 발언 뒤에 숨은 속내는? [핫이슈]

박종익 기자
박종익 기자
수정 2026-10-30 14:20
입력 2026-10-30 14:20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럽과 전쟁할 준비는 되어 있지만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유럽 내에서 고조되는 ‘러시아 위협론’을 직접 반박하는 동시에 서방의 군사적 압박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2030년까지 러시아와의 충돌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는 서방 국가들의 움직임에 대해 “우리는 준비가 되어 있다. 하지만 유럽과 전쟁을 벌이고 싶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러시아와 유럽 사이에 전쟁이 벌어진다면 승자는 없을 것”이라면서 “그 점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에도 이와 유사한 입장을 낸 바 있다. 그는 “우리는 유럽과 싸울 계획이 없다”면서 “하지만 유럽이 갑자기 우리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키기로 결정하고 실제로 시작한다면 당장이라도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오른쪽 두번째)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특사(왼쪽부터),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와 만나 평화 협정 도출을 위한 회담을 가졌다. AFP 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노르웨이와 핀란드 정상과 전화 통화를 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앞서 지난 27일 푸틴 대통령은 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과 3자 전화 통화를 했다. 이에 대해 스투브 대통령과 스퇴레 총리는 다음 달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미국·러시아·우크라이나 3자 회담과 관련해 전쟁 종식을 돕기 위한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유럽 내부에서 균열이 일었다. 일부 유럽 정상들은 다른 나라들과 조율되지 않았으며 유럽의 단일대오를 흔들고 러시아에 분열된 모습을 보여주는 독자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이번 통화는 유럽 정상들의 제안으로 이루어졌으며 이러한 논의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한 걸음”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러시아 드론 공격으로 파괴된 열차가 9월 13일(현지시간) 폴란드 국경 인근 야호딘 철도역에 정차해 있다. 우크라이나 철도공사 제




다만 푸틴 대통령의 이런 입장에 대해 유럽은 여전히 비판적이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유럽과의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공언해 온 러시아는 수개월 동안 인접국에 드론을 보내는 등 하이브리드 공격으로 유럽 국가와 나토를 시험해 왔다”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평화 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이 전쟁의 근본 원인으로 규정한 나토의 동유럽 확장 문제에 대한 양보를 얻어내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푸틴 대통령이 유럽에 유화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이유는 전쟁 종식 협상 국면에서 러시아에 유리한 조건을 선점하고, 서방의 결속을 약화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유럽의 내부 분열 및 단일대오를 흔들고 유럽 내 고조되는 러시아 공포를 완화해 차후 경제적 실리 회복 및 고립을 탈피하고자 하는 다목적 포석이다.

박종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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