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 먹던 최전선’ 포성 멈췄다…우크라 도시 올레시키만 휴전한 이유 [이슈분석+]

박종익 기자
수정 2026-10-27 17:40
입력 2026-10-27 17:40
4년 넘게 장기화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서 한 도시만 유일하게 휴전에 들어갔다. AP통신 등 외신은 27일(현지시간) 오전 4시(우크라이나 오전 3시)를 기해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의 도시 올레시키의 국지적 휴전이 발효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러시아 국방부는 드니프로강 건너편 헤르손 방면 폭격을 중단했다고 밝혔으며 우크라이나 측 협상 단장인 드미트로 루비네츠 의회 인권감독관도 같은 시각 페이스북을 통해 휴전 개시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휴전은 오는 31일 또는 그 이후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양국의 합의로 올레시키가 휴전에 들어간 것은 인도적 구호를 위해서다. 올레시키는 러시아가 2022년 전면 침공 첫날 점령한 곳이다. 이곳에서 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곳은 우크라이나군이 통제 중인 헤르손시로 거리는 9~10㎞에 불과하다. 지난 5월까지만 해도 이곳에는 2만 4000명의 주민이 살았으나 현재는 2000여명이 남아 굶주림에 지쳐 있는 상황이다. 올레시키가 현실판 지옥이 된 것은 식량 공급이 끊기고 주위에 지뢰가 깔리고 드론 공격이 많아져 대피하는 것도 불가능해진 탓이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5월 이후 러시아는 이곳으로 향하는 물류를 전면 통제하면서 밀가루와 메밀 같은 기본 곡물마저 완전히 바닥난 상태다.
지난달 말 영국 가디언은 올레시키 주민들이 생존을 위해 잡초를 뜯어 먹는 지옥 같은 세상이 됐다고 보도했다. 한 주민은 가디언에 보낸 메시지에서 “우리는 올레시키에 갇혀 나갈 수가 없으며 지금 당장 먹을 게 하나도 없다”면서 “전쟁 전 몸무게가 110㎏이었지만 지금은 67㎏으로 단백질 음식을 먹지 않으면 죽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이번 휴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독점적 중재자’라는 공식 직위로 나서 양측의 합의를 끌어냈다. 백악관은 멜라니아 여사가 러시아, 우크라이나 양국과 협의를 시작했고, 휴전의 목표와 기술적 절차, 시기, 과정 및 조건 등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휴전은 올레시키에만 국한된 것으로 여전히 다른 곳에서는 격렬한 교전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휴전이 발효되기 직전과 직후에도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탄도 미사일 공격을 감행해 1명이 숨지고 10명이 부상을 입었다.
한편 올레시키는 전선 접경지로 드니프로강만 건너면 바로 우크라이나 영토로 연결되기 때문에 러시아군 입장에서는 최전방 방어벽 위치다. 여기에 올레시키는 크림반도로 향하는 길목에 있어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요충지다. 이에 러시아군은 현지 주민들이 자신들의 군사 기지, 병력 이동, 방어선 배치 등의 민감한 정보를 우크라이나군에 제공할 가능성을 극도로 경계해 외부와의 모든 접촉을 완전히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러시아 측은 올레시키의 인도적 재앙을 초래한 것은 자신들이 아니며 오히려 우크라이나군의 지속적인 포격과 드론 공격 때문에 물자 수송과 민간인 대피가 불가능해졌다고 반박했다.
박종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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