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230배 밀린 美조선업…트럼프가 한국에 기대는 이유 [밀리터리+]

윤태희 기자
수정 2026-10-27 07:00
입력 2026-10-27 07:00
한화는 美조선소 현대화·HD현대는 새 생산거점 추진
한국 기술로 재건 나섰지만…장기 발주·의회 규제 과제
중국과의 해양 경쟁에 나선 미국이 한국 조선업에 손을 내밀고 있다. 한화는 인수한 미국 조선소에 한국의 생산기술을 접목하고, HD현대는 현지 기업과 새 조선소 건설을 추진한다. 쇠퇴한 조선업을 되살려 해군 함정 건조 기반을 넓히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구상에서 한국 기업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한국과 한화를 미국 조선업 재건을 이끄는 핵심 외부 주체로 조명했다. 미국의 조선업 부흥 법안을 추진하는 데이브 맥코믹 공화당 상원의원이 최근 찾은 곳도 경남 거제의 한화오션 조선소였다.
그곳에서는 대형 크레인이 선박 구조물을 옮기고 자동화 장비가 두꺼운 강판을 잘랐다. 로봇팔은 엔진과 배관 부품에 볼트를 체결했다. WSJ은 거제 조선소가 미국의 어느 시설보다 규모가 크고 기술적으로 앞서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동맹국의 도움이 필요한 이유는 생산 기반의 격차다. WSJ에 따르면 미국의 세계 선박 건조 비중은 1%에도 못 미친다. 중국의 조선 능력은 미국의 230배를 넘는다. 이는 전체 선박 건조 능력을 비교한 수치로, 군함 수나 해군 전력의 격차를 뜻하지는 않는다.
한국 로봇·용접장비로 미국 조선소 바꾼다
한화는 2024년 12월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뒤 시설 개선에 약 3억 5000만 달러(약 4630억원)를 투입했다. 내년 말까지 추가로 4억 달러를 투자하는 계획도 승인했으며, 장기적으로 수십억 달러를 더 투입할 방침이다.
한국의 장비와 작업 방식도 도입한다. 가상현실 장비를 활용해 도장 작업 등을 훈련하고, 내년에는 용접 장비 수십 대를 추가할 예정이다. 한국 조선소에서 사용하는 협동 로봇 일부도 필리조선소에 설치할 계획이다.
기존 조선소 현대화와 함께 추가 생산 거점 확보도 추진한다. 한화는 지난 8월 앨라배마주 모빌의 오스탈USA 인수를 위한 비구속적 제안을 제출했다. 오스탈은 이달 14일 한화 측의 실사 기간을 연장하고 거래조건 협상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인수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HD현대는 미국 건설·엔지니어링 기업 키위트와 새 조선소 건설을 추진한다. 양사는 22일 조선 합작법인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기존 산업 부지에 2027년 착공해 2029년 본격 가동하는 것이 목표다. 디지털 트윈과 자동화 생산, 로봇 용접 기술을 적용하고, 완전 가동 시 최대 30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브레이킹디펜스에 따르면 새 조선소는 미 해군 보조함과 상선뿐 아니라 미국 조선업체에 공급할 선박 블록·모듈도 생산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부지와 투자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투자 늘려도…한국서 미 군함 건조는 별개
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이 곧바로 한국 조선소의 미 해군 함정 수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현행법상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해군 함정을 자국에서 건조하도록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조선소 신설·인수와 현지 인력 양성, 기술 이전 등을 조건으로 일부 함종의 초기 2척을 해외에서 건조하고 후속 물량은 미국에서 만드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의회에서는 이견이 남아 있다. WSJ에 따르면 하원의 국방예산 법안은 해외 조선소에서 건조한 전투함에 대한 자금 지원을 막는 내용을 담았다. 상원에서는 일부 비전투함에 한해 조약 동맹국 조선소를 활용하도록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미국 현지 생산에도 과제가 있다. 필리조선소는 높은 생산비와 공급업체 부족, 부지 제약을 겪고 있다. 한화는 2028년까지 전투함 건조에 필요한 인증 시설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이는 전투함 수주나 인도가 확정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결국 추가 투자를 뒷받침할 장기 주문이 필요하다. 맥코믹 의원은 WSJ에 “조선업에 진지하게 나서려면 장기적인 약속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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