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애기봉 건너편에 122㎜ 추정 자주포 노출 전문가 “무력시위 신호”…남북, 유엔서 지뢰 사건 공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이 지난 22~23일 평양에서 열린 조선인민군 제3차 중대장대회를 주재하는 모습. 오른쪽은 26일 경기 김포시 애기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도 개풍군 해안가 자주포 포상에 모인 북한군 병사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군이 김포 앞 접경지역에 자주포를 드러냈다. 남측 카메라에는 병사들이 포신을 움직이는 모습까지 잡혔다. 통상 감시와 공격을 피해 숨기는 포병 전력을 노출하면서, 배치 자체가 대남 경고라는 해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26일 남측 전망대에서 북한 접경지역을 관찰한 기자가 외부에 뚜렷하게 노출된 북한군 포를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포신을 남쪽으로 향한 장갑차량 3대와 비무장지대(DMZ) 안에서 철책 작업을 하는 병력 20~30명도 관찰했다고 전했다.
YTN도 이날 오전 경기 김포시 애기봉 전망대에서 122㎜ 자주포로 추정되는 장비 3대와 주변에 모인 북한군 병사 10여 명을 촬영했다. 병사들은 포신을 움직이거나 망원경으로 남측을 관찰하며 대화를 나눴다. YTN은 이들이 훈련하는 듯한 모습이라고 전했다.
해당 장비가 포착된 북한 황해도 개풍군 해안가는 전망대에서 약 1.5㎞ 떨어져 있다. 자주포 차체에는 미국을 겨냥한 선전 문구도 적혀 있었다. 앞서 25일 연합뉴스 사진에도 이곳에 배치된 자주포와 병사들의 움직임이 담겼다.
숨기는 대신 보여줬다…“무력으로 국경 정책 관철”
26일 경기 김포시의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접경지역에 122㎜ 자주포가 배치돼 있다. 차체에는 미국을 비난하는 선전 문구가 적혀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것은 무기 종류보다 배치 방식이다. 포병은 상대의 관측과 공격을 피하기 위해 지형지물로 위치를 감추는 것이 일반적이다. 북한군은 이와 달리 남측에서 관찰할 수 있는 곳에 자주포를 드러냈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로이터에 이처럼 눈에 띄는 자주포 노출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대화나 협상보다 무력으로 국경 정책을 관철하겠다는 뜻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남측에 접경지역 마찰을 키우지 말라고 경고해 우발적 충돌을 막으려는 의도도 있다고 봤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도 문화일보에 북한군이 자주포를 철책선 앞에 드러낸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접경지역 긴장감을 높이려는 의도로 평가했다. 다른 전력의 추가 배치 가능성도 제기했다.
다만 공개된 모습만으로 공격이나 사격 준비에 들어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번 장비가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이 지난 22일 언급한 ‘새로운 대응 수단’에 해당하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우리 군은 추가 전력 배치 등 북한군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며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YTN이 전했다.
유엔에서는 지뢰 공방…군사회담 제안에는 침묵
유엔총회 제1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는 북한 측 대표. 북한은 한국군의 경고사격을 도발이라고 주장한 반면, 한국은 북한군의 군사분계선 침범에 대응한 정당한 조치라고 반박했다. 유엔웹티비 캡처·연합뉴스
접경지역 긴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서한 공방으로도 이어졌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유엔 주재 북한 대표는 25일 안보리 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지난달 지뢰 폭발 사건을 한국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한국이 지뢰 사건을 이용해 자국의 접경지역 공사를 군사적 침범으로 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권 침해가 발생하면 자위적 조치에 나설 수 있다며 이후 결과의 책임은 한국에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우리 정부가 지난주 안보리에 보낸 서한에 대한 반박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21일 DMZ 지뢰 폭발이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에 의한 것으로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밝혔다. 유엔군사령부도 공동 현장조사 중 군사분계선 남측에서 북한제 대인지뢰를 확인하고 정전협정 위반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북한은 남측이 자국 인원에게 사격했다고도 주장했다. 반면 우리 군은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넘으면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으로 복귀를 유도한다는 입장이다. 통일부는 26일 북한의 서한이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며 접경지역 공사를 정당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우리 군은 지난 23일 군사분계선의 명확한 위치 확인과 군 통신선 복원, 우발적 충돌 방지 방안을 논의할 남북 군사회담을 제안했다. 북한은 26일까지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