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풀어준 과제로 고득점…美 명문대 교수도 정답 채점 포기 [핫이슈]

윤태희 기자
윤태희 기자
수정 2026-10-26 15:13
입력 2026-10-26 13:49

필즈상 수상 교수, AI 활용 확산에 과제 완수 여부만 평가
“좋은 방식 아니지만 대안 없어”…흔들리는 대학 평가 방식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UC버클리)의 리처드 보처즈 수학과 교수. 필즈상 수상자인 그는 학생들의 AI 활용이 늘자 과제의 정답 여부 대신 완수 여부를 기준으로 점수를 주고 있다. 인스타그램 @quantumaths


미국 명문대 수학 교수가 과제의 정답 여부를 채점하지 않기로 했다. 학생들이 인공지능(AI)으로 과제를 풀어 높은 점수를 받자, 기존 방식으로 평가하는 데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서다.

25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의 자매 매체 캘리포니아포스트에 따르면,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UC버클리)의 리처드 보처즈 수학과 교수는 최근 학보 데일리 캘리포니언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평가 방식의 변화를 밝혔다.


보처즈 교수는 많은 학생이 AI를 활용해 과제에서 꾸준히 높은 점수를 받는 모습을 봤다고 설명했다. AI 사용을 피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채점 요원에게 비용을 지급하며 답이 맞는지 확인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과제를 완수해 제출했는지를 기준으로 점수를 준다. 다만 자신도 이를 “그다지 좋은 방식은 아니다”라고 인정하면서 현재로서는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바뀐 것은 과제 평가 방식으로, 시험을 포함한 모든 평가를 중단했다는 뜻은 아니다.

필즈상 교수도 “수학 진로, 무슨 조언 해야 할지 몰라”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UC버클리)의 리처드 보처즈 수학과 교수. 1998년 필즈상을 받은 그는 최근 AI의 발전으로 학생들에게 수학 분야 진출을 권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밝혔다. 인스타그램 @quantumaths




보처즈 교수는 1998년 수학계 최고 권위의 상인 필즈상을 받은 수학자다. AI가 교육과 연구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수학계의 정상급 학자에게서 나온 셈이다.

그의 고민은 과제 채점에 그치지 않는다. 보처즈 교수는 불과 5년 전만 해도 수학자가 AI의 발전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직업처럼 보였지만, 이제는 학생들에게 수학 분야로 진출하라고 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그는 “무슨 조언을 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다”며 “챗GPT에도 똑같은 질문을 했는데, 챗GPT조차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어 AI가 현재 속도로 발전한다면 몇 년 뒤에는 인간 수학자가 하는 일 가운데 AI가 더 잘하지 못하는 일이 없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수학자의 미래에 관한 그의 전망이다.

AI 탐지에도 한계…대학은 평가 방식 재설계 안내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UC버클리)의 에번스홀 전경. 세이더타워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Gabriel Classon·위키미디어 커먼즈 제공(CC BY 2.0)


보처즈 교수의 선택이 버클리대 전체의 방침은 아니다. 데일리 캘리포니언 인터뷰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대학은 교수들에게 강의계획서에 AI 사용에 관한 기준을 명시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구체적인 허용 범위는 수업 수준과 분야에 따라 달라진다.

대학 측은 AI 사용 여부를 가려내는 여러 도구도 시험했지만, 교내 공통 기준으로 적용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개별 수업의 AI 활용 기준은 담당 교수가 정한다.

버클리대 교수학습센터는 공식 안내에서 AI 사용을 적발하는 데만 의존하지 말고 평가 방식 자체를 설계하라고 권한다. 학생에게 답의 근거와 풀이 과정을 설명하게 하거나, 제출한 과제에 대해 짧게 구두로 설명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교수에게 먼저 과제 문제를 생성형 AI에 넣어보라는 권고도 담았다. AI가 쉽게 정답을 내놓는다면, 학생이 더 깊이 생각해야 풀 수 있도록 문제를 수정하라는 취지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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