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삼전·하이닉스’ 사들일까…“병행수입 검토, 데이터센터 피격 영향” [핫이슈]

송현서 기자
수정 2026-10-21 18:30
입력 2026-10-21 18:30
러시아 산업통상부가 병행수입 허용 목록에서 제외돼 있던 일부 외국 브랜드 제품을 다시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여기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제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경제 매체 포브스는 21일 익명의 소식통 2명을 인용해 “러시아 정부 소속 ‘AI 인프라 및 데이터센터’ 실무 그룹이 산업통상부의 명령에 따라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포함한 외국 제품의 병행수입 허가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5월 산업통상부는 일부 외국 브랜드 20여 개의 서버 장비와 데이터 저장 시스템, 모니터, 프린터 및 복합기 등의 러시아 반입을 제한했다. 제한 목록에는 에이서, 시스코, 삼성전자 등이 포함돼 있었다.
포브스는 “러시아가 병행수입을 허용하려는 주요 대상은 서버 장비와 데이터센터에 사용하는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저장장치”라며 “그래픽처리장치(GPU) 부족과 AI 장비 가격 상승에 대응해 해외 제품의 수입 규제를 완화하려는 것이 목적”이라고 전했다.
앞서 2022년 삼성전자는 지정학적 이유로 러시아에 대한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시장 조사 및 여론조사를 담당하는 러시아 지사를 운영하다가 2024년 폐쇄했으며 공식적으로 제품을 공급하지 않고 있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포브스에 “병행수입 금지 명령을 철회하는 것이 목표”라며 “지난 5월 이후 러시아 고객들은 특히 삼성과 SK하이닉스 등 한국 브랜드의 메모리 구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포브스는 “러시아의 경우 병행수입이 허용될 경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별도 동의 없이도 정품을 들여올 수 있지만, 허용 목록에서 제외된 상태라면 원칙적으로 두 회사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삼전·하이닉스, 러 SSD 시장에서 가장 큰 업체”러시아 오피스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오피스’의 공동 창업자인 드미트리 코미사로프는 매체에 “러시아에는 메모리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이 없다. SSD를 생산하려는 곳은 있지만 그 규모는 얀덱스의 수요를 감당할 수준이 아니다”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와 SSD 시장에서 가장 큰 업체”라고 강조했다.
얀덱스는 ‘러시아판 구글’로 불리는 러시아 최대 IT 기업이다.
러시아의 대형 IT 기업인 소프트라인 그룹의 하드웨어 프로젝트 책임자인 이반 아파나시예프 역시 “러시아에도 메모리 모듈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있지만 메모리 칩 자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해외 제조업체에서 공급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산 제품은 주로 PC 플랫폼을 대상으로 하며 일부 모델은 성능 면에서 제약이 있다”고 인정했다.
러시아 규제 완화 배경은 우크라이나 드론?러시아 산업통상부의 이번 검토는 세계적인 메모리 공급 위기와 더불어 우크라이나의 얀덱스 데이터센터 드론 공습 등과 맞물려 있다.
모스크바타임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이달 들어 3차례에 걸쳐 얀덱스의 데이터센터 3곳을 공격했다. 얀덱스뿐 아니라 스베르방크의 데이터센터 1곳, VK의 데이터센터 1곳 등 총 3곳이 드론 공습을 받았다.
러시아 최대 검색·포털 서비스를 비롯해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컴퓨팅, 전자상거래 등의 사업을 운영하는 얀덱스의 데이터센터가 피격되면서 이를 복구하기 위한 필수 부품 또는 메모리 확보가 절실해졌다.
러시아 투자 분석회사 카마 플로우의 투자 애널리스트인 안나 라부네츠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제품을 산업통상부 명령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제안은 합리적”이라며 “우크라이나 드론 공습으로 데이터센터들이 피해를 입은 후에는 공급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분명해졌다”고 강조했다.
이어 “업계는 현재 설비 용량을 늘리는 단계가 아닌 긴급 복구와 예비 시스템 확보 단계에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신속한 공급과 재고 확보가 최우선”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은 2022년부터 수출관리규정(EAR)에 따른 대러 수출통제를 강화하고,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적용해 미국산 기술·소프트웨어의 직접적인 산출물이거나 해당 기술·소프트웨어를 활용한 특정 생산설비를 통해 제조된 해외 생산 제품의 러시아 수출·재수출 등을 통제해 왔다.
이에 따라 제3국에서 생산되거나 제3국을 경유하는 제품이라도 EAR의 적용 대상에 해당하고 관련 허가 요건이 적용되는 경우에는 미국의 수출통제를 준수해야 한다. 더불어 미 상무부는 미국산 제품뿐 아니라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해외 생산 제품에도 EAR을 적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러시아가 병행수입을 허용하려는 제품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일반 D램인지, NAND 플래시 메모리인지, SSD 등 저장장치인지 등에 따라 미국의 수출통제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송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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