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가 빵보다 중요”…이란 강경파가 북한까지 소환한 이유 [핫이슈]

윤태희 기자
윤태희 기자
수정 2026-10-20 15:40
입력 2026-10-20 15:40

美·이스라엘 공습 이후 이란서 핵무장론 확산
핵무기 금지 칙령 변경·NPT 탈퇴 주장까지

이란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연상시키는 원심분리기(왼쪽)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탄두를 살펴보는 모습(오른쪽)을 형상화. AI 생성 이미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을 겪은 이란에서 핵무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인사는 북한의 핵무장을 외국의 군사 개입을 막는 사례로 거론하며 기존 핵무기 금지 원칙까지 바꾸자고 주장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현지시간) 이란의 강경파 정치인과 의원, 전문가들이 핵무기 개발과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강경파와 가까운 정치활동가 다부드 모다레시안은 이달 “핵무기 확보는 단순한 야망이 아니라 빵보다 중요한 필수 요소”라고 주장했다. 최근 군사적 충돌을 겪으면서 핵무기가 국가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해졌다는 취지다.

핵무장 논쟁은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한 뒤 더욱 거세졌다. 하메네이는 2003년 핵무기 개발과 사용을 금지한다는 종교적 입장을 밝혔으며 이란 정부는 이를 핵 프로그램의 평화적 성격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내세웠다. 그러나 후계자인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이 원칙을 유지할지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북한처럼 핵무기 있어야”…美 공격에 달라진 강경파
2025년 6월 21일 미국 미주리주 화이트먼 공군기지에서 B-2 스피릿 스텔스 폭격기가 이란 핵시설 공습 작전인 ‘미드나이트 해머’를 위해 이륙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이란 강경파가 북한을 거론하는 이유는 핵무기를 외부 군사 개입에 대한 억제 수단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들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 덕분에 미국 등 외국 세력의 군사 개입을 막고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북한의 핵무장이 실제로 공격을 억제했다는 인과관계가 입증된 것은 아니다.

이란 의회 국가안보위원회의 하산 가시가비 대변인도 지난달 새 최고지도자가 핵 문제에 관해 기존과 다른 종교적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이 협상과 전쟁의 악순환을 끊으려면 완전한 억제력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이란 압박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6월 나탄즈와 포르도, 이스파한 등 주요 핵시설을 공격했다. 올해 추가 군사 충돌까지 겪으면서 기존 핵정책으로는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강경파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다.

60% 농축 우라늄 440㎏…핵무장 금기 깨지나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2025년 6월 23일 오스트리아 빈의 IAEA 본부에서 열린 긴급 이사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핵무장 논쟁의 또 다른 쟁점은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해 6월 공습 이전 이란이 60% 농축 우라늄 약 440㎏을 보유한 것으로 추산했다. 추가 농축하면 핵무기 약 10개에 필요한 핵물질을 확보할 수 있는 양이지만, 실제 핵탄두를 보유했다는 뜻은 아니다. 현재 비축량과 소재도 사찰 제한으로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이란 정부가 핵무기 개발을 공식 결정한 것은 아니다. 이란은 여전히 핵 프로그램이 평화적 목적이라고 주장한다. NPT 탈퇴도 확정되지 않았다. 이란 고위 당국자 2명은 FT에 조약 탈퇴가 현재 우선 과제는 아니라면서도 향후 정책 변경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란 개혁파도 핵무장론을 경계하고 있다. 개혁파 정치인 호세인 마라시는 우라늄 농축 능력을 유지하는 것보다 국가와 이슬람공화국 자체를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란 전문가 알리 바에즈는 하메네이 사망 이후 핵무장 논의가 더는 금기가 아니게 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란 지도부가 실제 핵폭탄 개발에 나서기보다 남은 핵시설을 미국과의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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