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 주면 철수” 한화 배수진 통했다…이라크, 1500억 지급 최종 승인 [핫이슈]

윤태희 기자
윤태희 기자
수정 2026-10-19 17:30
입력 2026-10-19 17:30

이라크, 미수금 약 1500억원 지급 최종 승인
나머지 같은 금액은 6개월 뒤…7만 가구 공사 재개 주목

한국과 이라크의 건설 협력 재개와 한화 건설부문의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 정상화 기대를 형상화한 이미지. 양국 국기와 악수, 건설 중장비를 합성했다. AI 생성 이미지


이라크 정부가 한국 기업 한화에 밀린 공사대금 약 1500억원의 지급을 최종 승인했다. 한화가 장기간 대금 미지급에 반발해 사업 철수와 현지 직원 해고까지 경고한 끝에 나온 조치다. 한때 국제중재로 번질 가능성까지 거론됐던 14조원 규모의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도 정상화의 계기를 마련했다.

18일(현지시간) 이라크 의회 투자개발위원회와 국가투자위원회(NIC)에 따르면 이라크 정부는 한화 건설부문에 지급할 미수금 1차분 1억 1100만 달러(약 1500억원)의 지급 절차를 마무리했다.


NIC는 국영 라피다인은행에 금융증서 8280건을 제출하고 내각 결정과 계약 조건에 따른 최종 지급 승인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다만 한화가 실제로 대금을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이라크는 지난 6일 미수금 지급 계획을 발표했다. 1차분 1억 1100만 달러를 우선 지급하고 같은 금액의 2차분은 6개월 뒤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이번 결정으로 지급 약속이 실제 승인 단계까지 진전됐다.

철수·국제중재 경고에…이라크, 지급 절차 서둘러
이라크 의회 투자개발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9월 한화 건설부문의 비스마야 신도시 공사대금 미지급 문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당시 이라크 의회 측은 한화가 국제중재를 신청할 경우 이라크가 최대 40억 달러(약 5조원대)의 손실을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샤파크뉴스 캡처




한화는 이라크 정부가 공사대금을 장기간 지급하지 않자 강경 대응에 나섰다. 지난달 사업 철수와 현지 직원 해고 방침을 알렸고, 이달 15일까지 직원 전원을 해고하는 방안도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지급 협상이 진전되면서 해고 계획을 잠정 보류했다.

비스마야 신도시의 상하수도 등 필수시설 운영 중단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라크 의회는 지난달 22일 한화와 NIC 관계자들을 불러 대책을 논의했으며, 주민들의 생활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국제중재에 따른 막대한 손실 우려도 이라크 정부를 압박했다. 의회 투자개발위원회 소속 수잔 알사드 의원은 지난달 한화에 대한 미지급금 2억 7200만 달러와 약 6년간의 지연 보상금 3억 달러 문제를 제기하며 대금 지급을 촉구했다.

알사드 의원은 한화가 두바이 국제중재센터에 중재를 신청하면 이라크가 최대 40억 달러(약 5조원대)의 손실을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이는 이라크 의원이 제시한 추산으로, 실제 중재를 통해 배상액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이라크 의회는 관계기관과 은행의 협의를 거쳐 지급 절차를 진행했다. NIC는 이번 조치로 한화가 인력과 장비를 다시 투입하고 공사를 재개할 여건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했다.

14조원 신도시 재개 주목…천궁-II도 대금 논란
한화 건설부문이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인근에 조성한 비스마야 신도시 아파트 단지 전경. 전체 10만 가구 규모의 이 사업은 현재 약 3만 가구가 준공됐으며, 이라크 정부의 공사대금 지급 승인으로 나머지 7만 가구 공사 재개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한화 제공


비스마야 신도시는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남동쪽으로 약 10㎞ 떨어진 지역에 주택 10만 가구와 기반 시설을 건설하는 대형 도시개발 사업이다.

한화는 2012년 이라크 정부와 계약을 체결하고 사업에 착수했다. 학교와 병원, 도로, 전력·상하수도 시설 등이 추가되면서 전체 사업비는 약 101억 2000만 달러(약 14조원)로 확대됐다.

그러나 이라크 정부의 대금 지급 지연으로 공사가 여러 차례 차질을 빚었다. 2022년에는 계약이 한때 해지됐다가 복원되기도 했다. 현재까지 약 3만 가구를 준공했으며 나머지 7만 가구의 공사를 마무리해야 한다.

이라크 의회는 8280가구의 금융 지원 절차를 진행한 데 이어 추가 1만 가구의 자금 조달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사업을 재개하려면 남은 미수금 정산과 추가 사업비 확보가 필요하다.

이라크의 한국 기업 대금 지급 논란은 방산 분야에서도 불거졌다. 이라크 정치권은 앞서 한국산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II의 2차 중도금 지급이 늦어져 인도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이에 주계약업체인 LIG 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LIG D&A)는 수출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에는 한국과 이라크 정부 관계자들이 만나 천궁-II 계약의 자금 조달과 집행 절차를 협의했다. 다만 천궁-II 대금 문제는 이번 비스마야 미수금 지급 승인과 별개 사안이다.

이라크가 한화에 대한 1차 지급을 승인하면서 사업 정상화에 대한 기대는 커졌다. 그러나 실제 대금 입금과 추가 자금 조달, 현장 복귀 일정은 여전히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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