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배신감 토로한 젤렌스키…단 몇 시간 만에 러 정유시설 전격 공습 재개 [핫이슈]

박종익 기자
수정 2026-10-16 14:20
입력 2026-10-16 14:20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하며 러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공격을 재개하겠다고 밝힌 후 실제로 행동에 옮겼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 같은 방침을 밝힌 지 불과 몇 시간 후 러시아 랴잔주의 한 정유시설에 큰 화재가 발생했다. 파벨 말코프 랴잔주 주지사는 텔레그램에 “우크라이나 드론의 대규모 공격으로 해당 지역 정유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면서 “현재 피해 규모를 파악 중이다. 긴급 구조대가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공격받은 정유시설은 연간 최대 1800만톤의 원유 처리 능력을 갖춘 러시아 5대 정유 시설 중 하나다.
러시아 국방부 역시 우크라이나가 랴잔 정유시설에 대규모 공격을 감행했다며 화재는 시설이 직접 피격된 것이 아니라 격추돼 추락한 드론의 잔해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크라이나가 휴전 협정을 준수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며, 러시아 정유시설을 공격한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면서 “이는 평화 협상을 시작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미국의 입장에 심각한 모순을 야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러시아 언론은 우크라이나의 이러한 공격에 비례적인 보복 대응을 예고해 우크라이나 전역의 주요 에너지 기반 시설과 발전소에 대한 대대적인 미사일·드론 공습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국 런던에서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정유시설 공격에 대한 제동은 풀렸다. 이제 끝났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에너지 휴전이 이뤄졌다고 밝힌 지 단 3일 만으로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기간에 자신들은 공격을 자제했다고 주장해왔다.
또한 백악관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러시아 에너지 시설 공격 중단 의향에 대해 그는 “미국산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을 더 많이 제공받는다면 동의할 수 있다”면서 “그것이 수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칭찬하는 태도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불만은 ‘배신감’ 토로로 확연하게 드러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4일 영국 시사 인터뷰 프로그램 ‘피어스 모건 언센서드’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배신감을 느꼈느냐는 질문에 “솔직히 말해서 우리 둘 사이에서는 그렇다”면서 “이 문제가 단순히 내 감정이나 느낌보다 조금 더 복잡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강력한 파트너를 잃게 되어 안타깝다. 우크라이나가 미국을 잃어가고 있지만 그건 우리 때문이 아니다. 우리는 약해질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배신감 토로의 직접적 계기는 지난 9일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산 경유 공급에 합의했다는 결정과 러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라는 압박 때문이다. 이에 대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쪽 편을 들 때 고통스럽다”면서 “중립적인 입장에 있다면 이를 고수해야 한다. 잘못된 편에 서서는 안 된다. 지금은 역사의 올바른 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박종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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