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韓 극초음속 시험 성공 나흘 만에 미사일 발사…900㎞의 의미는? [밀리터리+]

윤태희 기자
수정 2026-10-12 13:40
입력 2026-10-12 13:40
평양서 탄도미사일 수발 발사, 900㎞ 이상 비행
합참 “南 시험발사 무력시위 가능성”…기종 분석 중
북한이 한국의 첫 극초음속 활공비행체(HGV) 시험발사 성공 나흘 만에 탄도미사일 여러 발을 쏘아 올렸다. 일부 미사일은 900㎞ 이상을 비행했다. 남북이 잇달아 첨단 무기를 시험하면서 이번 발사가 갖는 군사적 의미에 관심이 쏠린다.
합동참모본부는 12일 오전 9시 20분쯤 북한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탄도미사일 수 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적어도 한 종류가 900㎞ 이상을 비행했으며, 한미 정보당국은 정확한 제원을 분석하고 있다.
장도영 합참 공보실장은 이번 발사를 한국의 HGV 시험발사 성공에 대한 무력시위이자 북한의 국방력 발전 계획에 따른 성과 과시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방위성도 최소 2발을 탐지했으며, 모두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밖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북한이 최근 한 달 사이 네 번째 미사일 발사를 단행했다며 남북의 잇따른 무기 시험이 한반도 긴장을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대통령실도 이번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며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900㎞ 이상 비행…극초음속 미사일 또 쐈나
이번 발사에서 주목할 부분은 900㎞가 넘는 비행거리다. 북한이 최근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성과를 잇달아 주장한 만큼 같은 계열의 무기를 다시 시험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은 지난 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극초음속 탄두를 탑재한 중거리 전략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북한은 미사일이 1000㎞를 날아 목표물을 명중했다고 발표했지만, 한국군은 700㎞ 이상, 일본 방위성은 약 680㎞를 비행한 것으로 평가했다.
북한이 강조한 핵심 기술은 이른바 ‘파도형 비행’이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당시 미사일이 저고도에서 고도와 방향을 바꾸는 변칙 기동을 수행해 한미일의 추적을 따돌렸다고 주장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해 요격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는 설명도 내놨다.
그러나 한국군은 당시 미사일의 비행 궤적을 정상적으로 추적했다며 북한의 주장을 반박했다. 양측이 발표한 비행거리의 차이만으로 탐지 실패 여부나 실제 요격 가능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극초음속 무기의 핵심은 단순한 속도나 비행거리가 아니라 고속 비행 중 궤도를 바꾸는 능력에 있다. 일반 탄도미사일도 비행 과정에서 마하 5 이상의 속도에 도달할 수 있지만, 극초음속 활공체는 하강·활공 단계에서도 방향과 고도를 바꿔 상대 방공망의 추적과 요격을 어렵게 만든다.
따라서 이번에 북한 미사일이 900㎞ 이상 비행했다고 해서 극초음속 기동 능력이 입증된 것은 아니다. 실제 성능을 평가하려면 속도와 비행 고도, 궤적 변화, 종말 단계의 기동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합참도 12일 발사된 미사일의 정확한 기종과 제원을 한미가 정밀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HGV 시험 성공…북미 협상 앞둔 무력시위 가능성도
북한의 이번 발사는 한국이 자체 개발 중인 HGV의 첫 시험발사에 성공한 지 나흘 만에 이뤄졌다.
정부는 지난 8일 이재명 대통령이 참관한 가운데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 중인 HGV를 시험발사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발사체는 목표 고도에 도달한 뒤 추진체와 성공적으로 분리돼 계획된 비행을 수행했다.
특히 낮은 고도로 내려온 뒤 상하좌우로 궤도를 바꾸는 불규칙 활공비행을 거쳐 지정된 목표점에 정확히 탄착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초고온 내열 소재와 유도·제어 등 핵심 기술을 검증했다고 밝혔다.
다만 한국의 HGV도 아직 개발 단계다. 북한 역시 공개된 비행거리와 자체 발표만으로 실제 극초음속 기동 능력을 확정하기 어렵다.
외신은 이번 발사를 남북의 무기 개발 경쟁뿐 아니라 북미 외교와도 연결했다.
로이터는 국방부 출신 송성종 대전대 교수의 분석을 인용해 북한의 잦은 미사일 시험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잠재적인 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려는 움직임일 수 있다고 전했다.
AP통신도 북한이 핵무기 운반 체계를 확대하면서 미국과 한국의 대화 재개 제안을 거부하는 상황에 주목했다. 2019년 북미 협상이 결렬된 이후 외교적 교착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900㎞ 비행의 핵심은 단순한 사거리보다 북한이 어떤 미사일로 어느 수준의 기동 능력을 보여줬느냐에 있다. 한국의 HGV 시험에 대한 무력시위인지, 향후 북미 협상을 의식한 전력 과시인지는 추가 분석이 필요한 상황이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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