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극초음속 HGV 첫 시험 성공…北 미사일과 뭐가 다르나 [밀리터리+]

윤태희 기자
수정 2026-10-08 22:29
입력 2026-10-08 21:48
저고도서 상하좌우 기동 뒤 목표점 정확히 탄착…HGV 핵심기술 첫 비행 검증
하이코어는 공기흡입식 순항형…같은 ‘극초음속’이지만 추진·비행 방식 달라
한국이 독자 개발 중인 극초음속 활공비행체(HGV)가 첫 시험발사에서 저고도 불규칙 기동과 목표 지점 탄착에 성공했다. 중국이 HGV를 탑재한 둥펑(DF)-17을 이미 전력화하고 북한도 극초음속 무기를 잇달아 시험하는 가운데 한국도 실제 비행시험 단계에 들어서면서 동북아의 극초음속 무기 경쟁이 한층 선명해졌다.
청와대는 8일 이재명 대통령이 참관한 가운데 국산 HGV의 최초 시험발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시험체는 목표 고도까지 상승한 뒤 추진체에서 분리됐고, 낮은 고도로 강하하면서 수직·수평 방향으로 궤도를 바꾸는 불규칙 활공비행을 수행했다. 이후 지정된 목표 지점에도 정확하게 탄착했다.
이번 시험은 극초음속 환경에서 견뎌야 하는 초고온 내열소재와 유도·제어 능력, 저고도 변칙기동 등을 실제 비행으로 처음 검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다만 최고 속도와 사거리, 탄두 중량 등 구체적인 성능은 공개하지 않았다.
외신도 곧바로 이번 시험을 북한의 최근 극초음속 미사일 훈련과 연결했다. 로이터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3일 중거리 극초음속 미사일 훈련을 참관한 지 닷새 만에 한국이 HGV를 시험했다고 전했다. AP통신도 한국이 자체 개발한 극초음속 무기의 첫 비행시험에서 부스터 분리 뒤 복잡한 기동을 수행하고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활공하는 HGV, 엔진으로 나는 하이코어…中·美도 다른 방식
HGV의 핵심은 이름 그대로 ‘활공’이다. 로켓 추진체가 활공체를 높은 고도와 극초음속 영역까지 끌어올린 뒤 분리하면, 이후 활공체가 대기권 안에서 낮게 내려오며 속도와 고도를 이용해 비행한다. 이 과정에서 좌우·상하로 기동할 수 있어 비교적 예측 가능한 포물선 궤도를 따르는 전통적인 탄도미사일보다 요격이 까다롭다.
한국이 앞서 시험한 하이코어(HyCore)는 방식이 다르다. 하이코어는 극초음속 순항미사일(HCM) 계열로, 공기를 흡입하는 이중램제트 엔진을 이용해 대기권 안에서 지속적으로 추진력을 얻으며 비행한다. 하이코어는 시험비행에서 개발 목표인 마하 5를 넘어 최고 마하 6을 기록했다.
즉 HGV는 로켓으로 가속한 뒤 활공체를 분리해 기동 비행하고, 하이코어는 공기흡입 엔진으로 추진력을 유지하며 극초음속 순항한다. 같은 극초음속 무기지만 추진 방식과 비행 특성은 다르다.
해외도 두 방식의 개발을 병행하고 있다. 중국은 HGV를 탑재한 DF-17을 2019년부터 실전 배치했다. 미국 전략국제연구소(CSIS)는 DF-17의 사거리를 약 1800~2500㎞, 속도를 마하 5~10 수준으로 평가한다. 중국은 이런 체계를 미사일 방어망을 돌파할 장거리 정밀타격 수단으로 운용하고 있다.
미국은 HCM 쪽에서도 개발을 진행한다. 미 공군의 극초음속 공격 순항미사일(HACM)은 스크램제트 추진으로 마하 5 이상의 속도를 유지하면서 고도와 궤도를 바꿔 비행하도록 설계됐다. 미 국방부는 2026회계연도 자료에서 HACM을 시제품 개발 단계로 분류했다.
北은 닷새 전 ‘파도형 궤적’ 주장…동북아 극초음속 경쟁
북한은 당시 미사일이 약 1000㎞ 떨어진 표적을 명중했다고 주장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미사일이 저고도에서 이른바 ‘파도형’ 궤적을 그려 탐지와 요격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한국군은 미사일 비행 전 과정을 정상적으로 추적했다고 반박했다.
북한은 앞서 HGV를 탑재한 화성-16B 계열도 공개한 바 있다. 따라서 한국의 이번 시험은 단순한 속도 경쟁보다는 탐지와 요격이 어려운 기동형 극초음속 무기를 실제로 운용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과정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그렇다고 첫 시험 성공을 곧바로 실전 배치와 같은 의미로 볼 수는 없다. 극초음속 비행에서는 고열과 압력을 견디는 소재뿐 아니라 반복 시험을 통한 자세 제어와 항법, 명중 정확도와 운용 신뢰성까지 확인해야 한다. 한국이 이번에 공개하지 않은 사거리와 최고 속도, 탄두 능력도 실제 무기체계 수준을 판단할 핵심 요소다.
중국은 이미 HGV를 실전 배치했고 미국과 북한도 서로 다른 형태의 극초음속 무기를 개발하거나 시험하고 있다. 한국은 하이코어를 통해 공기흡입식 순항 기술을 시험한 데 이어 HGV의 실제 기동 비행까지 성공하면서 두 갈래의 극초음속 기술을 동시에 축적하는 단계로 넘어갔다. 앞으로의 관건은 이번 성과를 반복 시험과 체계 통합을 거쳐 실제 전력으로 얼마나 빠르게 연결하느냐다.
윤태희 기자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