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여자친구 위해 ‘진료 예약 메크로’ 개발…돈 받고 돌리다 병원 시스템 마비시킨 프로그래머 [여기는 중국]

수정 2026-10-08 15:04
입력 2026-10-08 15:04
서울신문 DB


아픈 여자친구의 병원 진료 예약을 돕기 위해 자동 예약 프로그램을 만든 중국의 프로그래머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두 사람은 처음에는 지인들의 예약을 무료로 도왔지만, 이후 돈을 받고 본격적으로 예약을 대행하다 병원 시스템을 마비시킨 사건에 연루됐다.

8일 중국 창장일보에 따르면 우한의 한 법원은 최근 컴퓨터 정보 시스템 파괴 혐의로 기소된 프로그래머 저우밍(가명)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여자친구 왕린(가명)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컴퓨터를 전공한 저우밍은 우한의 한 기업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여자친구 왕린은 건강이 좋지 않아 여러 전문의의 진료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했지만, 인기 진료는 예약이 열리자마자 마감되기 일쑤였다.

번번이 예약에 실패한 왕린이 도움을 청하자 저우밍은 자동으로 예약 버튼을 누르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사람이 손으로 클릭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일종의 ‘매크로’였다.

사건을 설명한 첸첸량 변호사는 “사람은 1초에 빠르게 눌러도 6~7번 정도지만, 이 프로그램은 1000번 넘게 누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저우밍에게는 복잡한 기술이 필요한 작업도 아니었다고 한다.



프로그램 덕분에 왕린은 원하는 전문의 진료를 예약할 수 있게 됐다. 병원을 자주 찾던 그가 매번 예약에 성공하자 주변 환자들이 비결을 물었고, 두 사람은 처음에는 지인 몇 명의 예약을 무료로 도왔다.

입소문이 나면서 모르는 사람들의 부탁까지 이어졌다. 다른 지역에서 우한으로 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들도 있었다. 이들은 예약을 잡지 못하면 며칠씩 더 머물러야 해 숙박비 등 추가 지출을 감수해야 했다.

요청이 늘어 본업에까지 영향을 주자 두 사람은 수수료를 받기 시작했다. 왕린이 소셜미디어(SNS)에 광고를 올려 고객을 모집하고 상담을 맡으면, 저우밍이 프로그램을 돌려 예약을 잡았다. 예약에 성공하면 거래를 마치고, 실패하면 돈을 돌려주는 방식이었다.

중국의 한 프로그래머가 아픈 여자친구의 진료 예약을 위해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가 병원 시스템까지 마비시켜 실형을 선고 받았다. 바이두 캡처


문제는 2024년 7월 5일 오전 7시쯤 발생했다. 저우밍과 비슷한 프로그램을 사용하던 다른 세 사람이 각각 예약을 시도했고 결국 우한의 한 병원 예약 시스템이 마비됐다. 정상적인 진료 예약이 아예 불가능해지자 병원은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같은 해 8월 8일 저우밍과 왕린을 붙잡고 휴대전화 6대와 컴퓨터 2대, 장부 1권을 확보했다. 수사 결과 저우밍이 예약 대행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1만 2900위안(약 260만 원)으로 확인됐다. 다른 프로그램 사용자 3명은 별도로 수사· 처리됐다. 검찰은 저우밍에게 징역 13개월을 구형했고, 그는 혐의를 인정했다. 법원은 지난해 7월 두 사람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여자친구의 진료 예약을 돕겠다며 만든 프로그램이 결국 돈벌이 수단이 됐고, 두 사람 모두 형사처벌을 받는 씁쓸한 결말을 맞았다.

이민정 중국 통신원 ymj024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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