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꼭지에서 흙탕물이 콸콸” 쿠바 상수도 수질 최악 [여기는 남미]

수정 2026-10-08 15:04
입력 2026-10-08 15:04
쿠바의 한 가정집 수도에서 흙탕물이 나오고 있다. 쿠바네트 캡처


쿠바의 상수도 수질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고발이 잇따르고 있다. 심각한 경제위기로 재정난이 심각해지면서 시설 유지와 정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남미 언론은 7일(현지시간) 쿠바의 수도 아바나를 포함한 전국 곳곳에서 상수도 수질이 눈에 띄게 나빠졌다면서 주민들의 분노가 임계점에 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소셜미디어(SNS)에는 상수도의 수질을 고발하는 쿠바 주민들의 사진과 영상이 넘치고 있다. 비전문가가 육안으로 봐도 쿠바의 상수도 수질은 매우 심각한 상태다. 한 영상을 보면 주방의 수도꼭지를 틀자 진한 녹색을 띤 탁한 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거의 흙탕물 수준이다. 영상을 공유한 여성은 “이런 수돗물을 넣어주다니 마시고 모두 죽으라는 말인가”라고 개탄했다.

수질 악화는 국민 건강과 위생을 위협한다. 쿠바 주민들은 상수도로 샤워와 빨래는 물론 음식까지 조리한다. 한 주민은 “수돗물을 받아서 불순물이 가라앉도록 오래 보관했다가 나중에 꼭 끓여서 먹고 있지만 가끔은 작은 미생물까지 보여 건강을 해치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했다.

세수와 샤워도 찝찝하다. 또 다른 주민은 “악취가 너무 심해 씻을 수도 없다”면서 쿠바에서 위생을 관리하는 건 이제 사치가 됐다고 푸념했다.



복수의 중남미 의학 전문가들은 씻거나 음식을 조리할 때 수질이 나쁜 물을 사용하면 장에 기생충이 생길 가능성이 커지고 급성 설사, 피부 질환 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쿠바의 상수도 수질이 나빠진 데는 다양한 원인이 있다는 분석이다. 근본적으론 경제위기 탓이다.

중남미 언론에 따르면 쿠바는 재정난으로 염소와 황산알루미늄 등 정수에 필요한 약품을 정상적으로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정수 시설이 완전히 가동을 멈춘 날도 있다고 일부 언론은 전했다.

에너지 부족으로 펌프를 제대로 돌리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원수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충분한 수압을 유지하면서 배관을 통해 상수도를 공급하는 것도 힘들어졌다고 한다.

시설의 노후화도 문제다. 하수관의 누수로 폐수가 상수도 배관에 스며들어 상수도와 폐수가 섞이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중남미 언론은 “지속적인 투자의 부재가 오늘날 쿠바의 상수도 위기로 이어진 것”이라면서 식수에 대한 국민의 기본권이 보장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주민들이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임석훈 남미 통신원 juanlimm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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