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페이크’?…‘80년 된’ 전차 꺼내 전장 투입한 진짜 속셈 [밀리터리+]

송현서 기자
송현서 기자
수정 2026-10-01 19:15
입력 2026-10-01 18:30

-“80년 전 설계된 T-54 전차, 9000㎞ 이동”
-전장에 투입된 뒤 우크라 FPV 드론에 파괴
-“러, 올가을~겨울 대규모 공세 노려 무기 비축 중”

2026년 9월 우크라이나 FPV 드론이 장갑이 추가된 러시아 T-54 중형 전차를 공격하기 직전 모습. 해당 전차는 설계된 지 80년이 흐른 소련제 전차다. 우크라이나군 제공 영상 캡처


러시아군이 생산된 지 무려 80년이 흐른 오래된 전차를 전장에 투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유나이티드24 등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의 30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설계된 소련제 T-54 전차가 러시아 극동 지역의 저장기지에서 약 9000㎞를 이동해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됐다.


전날 우크라이나군 제423 독립 무인시스템 연대 ‘스키프 그리핀’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러시아군의 T-54 전차가 드론을 피하지 못하고 결국 충돌한다. 당시 해당 전차에는 드론을 막기 위한 추가 구조물이 설치돼 있었으나 소용없었다.

T-54는 1946년 소련군에 채택된 전차로 100㎜ 주포를 탑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번에 공격한 T-54 전차가 러시아 극동 지역의 저장기지에서 나와 전선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군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생산된 지 최소 80년이 지난 전차가 무려 9000㎞를 이동해 전선에 투입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6년 9월 우크라이나 FPV 드론이 장갑이 추가된 러시아 T-54 중형 전차를 공격하기 직전 모습. 해당 전차는 설계된 지 80년이 흐른 소련제 전차다. 우크라이나군 제공 영상 캡처


해당 전차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개발된 전차 설계에 기반하고 있으며 이후 소련과 러시아군이 T-72, T-80, T-90 등 후속 전차를 운용해 왔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번에 파괴한 T-54 전차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해 저장시설에서 꺼낸 가장 오래된 양산형 장갑차량”이라면서 “러시아군은 T-54 기반의 전차를 주기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오래된 전차가 전선에 다시 등장한 것은 러시아군의 현대식 전차 부족과 표준 전차 포탄의 부족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80년된 전차 꺼낸 푸틴, 사실은 ‘페이크’?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이 80년 된 전차까지 꺼내 든 배경으로 전차 부족 등 병참 문제를 꼽았지만 일각에서는 올겨울 대규모 공습을 위해 무기를 비축하기 위함이라는 추측을 내놓는다.

미국 CBS뉴스는 30일 “군사 전문가들과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러시아가 늦가을과 겨울에 집중적인 포격을 가할 수 있도록 무기를 비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9월 유엔 총회 연설에서 “러시아가 올해 들어 현재까지 공격에 사용한 제트 추진 드론은 7700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제트 드론 상당량을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가 ‘고작’ 7700대의 드론만 공습에 사용했다는 의미다.

우크라이나가 요격을 시도하는 러시아의 제트 추진 드론 게란-4 우크라이나 국방부 제공


우크라이나 군사 비영리 단체인 ‘컴 백 얼라이브’ 역시 “러시아는 9월 한 달 동안 제트 추진 드론인 게란-4는 1200대, 게란-5는 800대를 생산할 것으로 추산되며 이 수치는 매달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단체의 분석가인 빅토리아 체칼리나는 “한 번의 대규모 공격에 600~1000대의 드론을 투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사용된 드론은 150~300대에 불과했다”며 “올가을과 겨울에는 단일 공습에 최대 1500대의 드론이 동원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상대적으로 가치가 낮은 노후 장비를 전장에 투입하면서, 드론과 미사일 등 핵심 타격 수단의 소모를 늦추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전선에서 당장 필요한 장갑전력을 오래된 전차로 보충하는 대신, 생산량이 제한적이거나 대규모 공격에 필요한 최신 무기체계는 비축해 두는 방식으로 전력을 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전선에서 필요한 장비는 수십 년간 보관하던 구형 무기까지 동원해 충당하면서, 드론과 미사일 등 현대전에서 핵심적인 타격 수단은 대규모 공격에 대비해 비축하는 방식으로 전력을 배분하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푸틴, 군 정원 1만 5500명 확대 법안 서명러시아가 늦가을에서 겨울 사이 우크라이나 총공세를 벌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러시아군 규모를 확대하는 법령에 서명했다. 대규모 동원령설을 ‘거짓 주장’이라고 일축해 온 지난 발언과 배치되는 행보다.

2022년 10월 20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랴잔 지역의 한 군사 훈련 센터에서 자국 병사를 격려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리아노보스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푸틴은 이날 러시아 연방군의 정원을 244만 1630명으로 정하고 이 중 현역 군인은 155만 500명이어야 한다는 문서에 서명했다. 7월 27일 발표된 이전 법령에 따르면 군 병력은 153만 5000명이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도 지난달 23일 “러시아 군 당국이 지난달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에 낀 역외영토 칼리닌그라드를 찾아 지역 주민을 동원할 경우에 대비한 준비 계획과 절차를 점검했다”며 “병력 부족 상황에 대비한 추가 동원 계획도 전국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앞서 러시아는 개전 후 약 6개월 뒤인 2022년 9월에도 예비군 30만 명을 대상으로 부분 동원령을 내렸다.

WSJ은 “2022년 동원령 당시 징집을 피하려는 남성 수십만 명이 국외로 빠져나갔다”며 “이번에도 대규모 동원령 임박설이 퍼지면서 러시아 내에서는 징집 대상 남성들의 도피 움직임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송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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