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t ‘괴물미사일’ 있는데 왜?…한국군이 현무-3·4·5 함께 운용하는 이유 [밀리터리+]

윤태희 기자
윤태희 기자
수정 2026-10-01 17:00
입력 2026-10-01 17:00

국군의날 현무-3·4·5 나란히 등장…‘최신형이 구형 대체’와 다른 전력 구성
순항·탄도미사일은 어떻게 다른가…탄두 무게보다 표적과 임무가 가르는 역할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제78주년 국군의날 기념행사에서 열병차량에 탑승해 사열하고 있다. 뒤로 현무-5·현무-4·현무-3 미사일 발사차량과 다연장로켓 천무가 늘어서 있으며, 맨 오른쪽에는 장거리 지대공유도무기 L-SAM의 차량 전면부가 보인다. 연합뉴스


탄두 중량 8t의 ‘괴물 미사일’ 현무-5가 있는데 현무-3·4는 왜 필요할까. 1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제78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 현무-3·4·5가 나란히 등장했다. 같은 이름에 숫자만 달라 최신형이 앞선 무기를 대체하는 관계처럼 보이지만, 세 체계의 차이는 개발 순서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이날 행사에는 국군 핵심 장비 46종, 70여 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현무-5는 2024년과 지난해에 이어 세 번째로 국군의 날 행사에 등장했다. 북한 지휘부가 숨은 지하 벙커 등을 겨냥한 고위력 지대지 탄도미사일이다.


현무-5의 큰 탄두는 강점이지만, 무거운 탄두 하나로 모든 타격 임무를 해결할 수는 없다. 표적의 위치와 구조, 필요한 파괴력, 도달 시간에 따라 적합한 무기가 달라진다. 미사일을 어떤 경로로 보내고 얼마나 정확히 맞히느냐도 중요하다.

이번 전시가 새로운 합동 타격 방식을 공개한 것은 아니다. 다만 현무 계열을 이해하려면 ‘어느 미사일이 더 센가’에 앞서 비행 방식과 맡은 임무를 나눠 볼 필요가 있다.

현무-3은 순항, 4·5는 탄도…숫자보다 다른 비행 방식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제78주년 국군의날 기념행사에서 지대지미사일 발사차량 앞을 지나며 사열하고 있다. 차량 위로 현무-5의 대형 원통형 발사관이 보인다. 연합뉴스




가장 큰 차이는 현무-3이 순항미사일이고, 현무-4·5는 탄도미사일이라는 점이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안보 분석 자료도 한국의 타격 전력을 현무-3 등 순항미사일과 현무-2·4·5 등 탄도미사일로 구분한다.

순항미사일은 항공기처럼 엔진의 추력과 날개의 양력을 이용해 비행한다. 비행경로를 설정해 목표에 접근하는 방식으로, 경로 선택과 정밀 타격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탄도미사일은 로켓으로 가속한 뒤 탄도 비행을 거쳐 목표를 향해 내려꽂힌다.

두 방식은 상대 방공망이 탐지하고 대응해야 하는 조건도 다르게 만든다. 다만 순항미사일이라고 무조건 탐지를 피하거나, 탄도미사일이라고 반드시 방어망을 뚫는 것은 아니다. 실제 효과는 표적과 방어체계, 운용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현무-4와 현무-5는 모두 탄도미사일이지만, 현무-5가 더 큰 탄두를 탑재한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체계의 임무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모든 표적이 깊은 지하 벙커처럼 최대 수준의 파괴력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군은 필요한 효과와 가용 전력을 고려해 타격 수단을 선택해야 한다.

따라서 현무 계열의 숫자를 스마트폰 모델처럼 읽으면 오해하기 쉽다. 순항과 탄도라는 서로 다른 접근 방식에 고위력 타격 능력을 더한 전력 구성으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하다. 다만 군이 세부 표적 배정과 운용 계획을 공개하지 않은 만큼 각 미사일의 임무를 특정 시설에 일대일로 연결할 수는 없다.

8t 탄두도 핵무기는 아니다…위력과 억제는 다른 질문
대형 원통형 발사관을 탑재한 현무-5 지대지 탄도미사일 이동식 발사차량. 현무-5는 지하 견고한 표적을 타격하는 고위력 재래식 무기로, 탄두 중량 8t이 핵무기에 버금가는 폭발력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현무-5를 설명할 때 또 하나 구분해야 할 것이 핵무기다. 탄두 중량 8t은 핵폭발 위력을 나타내는 수치가 아니며, 그 무게 전체를 폭약량으로 볼 수도 없다. 재래식 탄두와 핵탄두는 에너지를 내는 원리와 피해 양상이 다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지난달 30일 보도된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현무 미사일 2000기로도 북한 핵무기 1기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재래식 전력만으로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문제 제기다.

다만 여기서 ‘2000기’는 확인된 한국군 보유량이 아니다. 두 무기의 전투 효과를 계산해 검증한 교환비도 아니다. 핵무기와 재래식 무기의 격차를 강조한 전문가의 평가로 읽어야 한다.

그렇다고 재래식 미사일의 역할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상대가 공격했을 때 지휘부와 핵심 시설에 큰 피해를 줄 능력을 갖추는 것 역시 공격 결정을 억제하려는 수단이다. 국방부는 국방백서에서 고위력·초정밀 타격 능력을 확충해 북한의 핵 사용을 억제하고 응징 보복 능력을 강화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는 날아오는 핵미사일을 공중에서 격추하는 요격 임무와도 다르다. 현무 같은 타격 수단은 미사일 방어와 조기 탐지, 한미 확장억제 등과 함께 전체 억제체계를 구성한다. 어느 한 무기만으로 북한의 핵 위협을 없앴다고 평가할 수 없는 이유다.

현무-3·4·5를 함께 보는 기준은 결국 탄두 크기의 순위가 아니다. 서로 다른 표적과 상황에 대응할 선택지를 얼마나 확보했는지가 중요하다. 현무-5의 고위력은 그 선택지를 넓히는 능력이지, 다른 미사일의 임무를 모두 대신한다는 뜻은 아니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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