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 제거 로봇 2대, 왜 못 썼나…국힘 의원 “수풀 우거져 활용 못 해” [밀리터리+]

윤태희 기자
수정 2026-10-01 15:00
입력 2026-10-01 15:00
25사단 KR-1 보유에도 사고 당시 미투입…합참 “높은 수풀에 운용 어려움”
개발 단계부터 DMZ 통로 개척 임무 명시…실제 작전환경 대응이 과제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가 발생한 육군 25사단이 무인 폭발물 탐지·제거 로봇 2대를 보유하고도 당시 임무에 투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은 사람 키보다 높은 수풀 때문에 운용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개발 단계부터 DMZ 통로 개척을 임무로 제시했던 장비인 만큼 실제 작전 환경에 맞춘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1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25사단 지역에 지뢰 제거 로봇 2대가 있었다며 “그런데 활용을 못 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풀이 우거진 지역에서는 운용하는 데 좀 한계가 있다고 그러더라”며 수풀 지역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개량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YTN은 지난달 30일 복수의 군 관계자를 인용해 25사단이 지난 3월부터 ‘KR-1 폭발물 탐지·제거 로봇’ 2대를 보유해왔다고 보도했다. 유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이 같은 운용 제약을 재차 지적하며 장병의 위험을 줄일 대책을 요구했다.
육군은 사고 사흘 전인 지난달 18일 공개한 영상에서도 해당 장비가 장병의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홍보했다. 당시 부대 관계자는 기존에 인력이 수행하던 작전을 로봇으로 원격 운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개발 때부터 DMZ 임무…실제 수풀에서는 투입 못 해
KR-1은 사람이 떨어진 곳에서 조종하며 폭발물과 지뢰를 탐지·처리하는 무인 지상 장비다. 개발사 한화의 설명에 따르면 궤도로 이동하며 임무에 맞춰 탐지기와 처리 장비 등을 조작 팔에 장착하는 방식이다.
주목할 점은 DMZ 통로 개척이 개발 단계부터 예정된 임무였다는 사실이다. 방위사업청은 2020년 폭발물 탐지·제거 로봇 체계 개발 계약을 발표하면서 야지와 장애물을 극복하는 기동 능력을 설명했다. 주요 임무에는 위험 지역 정찰, 지하 시설물 탐색과 함께 DMZ 통로 개척을 포함했다.
올해 3월 전력화 발표에서도 좁은 실내 이동과 계단 오르내리기, 원격 운용 능력을 강조했다. 방사청은 로봇이 위험한 탐지·제거 작업을 대신해 장병 안전을 높일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지난달 21일 사고 당시 수색로 개척 임무에는 로봇을 투입하지 않았다. 합동참모본부는 YTN 질의에 임무 지역에 사람 키보다 높은 수풀이 있어 무인 장비가 기능을 발휘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개발 때 상정한 임무와 실제 현장의 운용 조건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가 쟁점이다. 계단이나 장애물을 통과하는 능력을 갖췄다고 해서 우거진 수풀에서도 탐지·제거 임무를 원활하게 수행한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군이 공개한 설명만으로는 이동과 탐지, 원격 조종 가운데 어느 과정에 구체적인 제약이 있었는지 알기 어렵다. 로봇이 사고 당시 장병의 임무를 그대로 대신할 수 있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탐지 정밀도 90%’와 현장 투입은 다른 문제
YTN 보도에 따르면 방사청은 KR-1 배치를 알리며 금속 지뢰뿐 아니라 목함지뢰 같은 비금속 지뢰도 90% 이상 정밀도로 탐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수치를 이번 사고 현장에서 검증한 탐지율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탐지 성능과 장비의 현장 운용 가능성은 구분해야 한다. 탐지 기능이 있어도 해당 지형에서 이동하고 장비를 작동시키는 데 제약이 생기면 임무를 수행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번 미투입을 곧바로 탐지 성능의 실패로 규정할 수도 없다. 필요한 것은 실제 DMZ 환경에서 장비가 수행할 수 있는 임무와 한계를 구체적으로 점검하는 일이다. 어떤 조건에서 운용하지 못했는지를 알아야 장비 개량과 운용 방식 개선의 방향도 정할 수 있다.
유 의원은 지뢰 의심 지역에 사람이 직접 접근하는 위험을 강조하며 로봇뿐 아니라 지뢰지대 통로 개척 장비인 ‘미클릭’ 등의 활용도 제안했다. 이는 유 의원이 제시한 방안으로, 군이 해당 장비 투입을 결정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는 25사단 지역 군사분계선(MDL) 남쪽의 지뢰 매설 의심 구역 6곳에 수백 발 이상이 남아 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다만 이는 의심 구역의 크기와 관측 정황 등을 토대로 계산한 전체 추정치다. 현장에서 모두 찾아 집계한 수량은 아니다.
지뢰의 정확한 매설 범위와 수량을 확인하는 과정에서도 장병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이번 논란이 남긴 과제는 로봇을 보유했는지에 그치지 않는다. 개발 때부터 예정한 DMZ 임무에 장비를 실제로 투입하려면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 투입이 어려울 때 장병을 보호할 대안은 무엇인지까지 답해야 한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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