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내고 공연 보러 갔다가 20곡 열창…지각한 스타 대신 무대 채운 무명가수 [여기는 중국]

수정 2026-09-29 15:51
입력 2026-09-29 15:51
공연장에 2시간 늦게 도착한 홍콩 가수 리커친(왼쪽)이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고 밝히고 있다. 관객이었던 가수 허우랑(오른쪽)은 20곡 가까이 부르며 리커친의 빈자리를 채웠다. 펑몐신문, 바이두 캡처


홍콩 가수 리커친이 비행기 우회 착륙과 전기차 방전으로 공연장에 약 2시간 늦게 도착했다. 그가 오는 동안 공연을 보러 왔던 다른 가수가 급히 무대에 올라 20곡 가까이 부르며 빈자리를 채워 화제가 되었다.

29일 중국 신민완보와 펑몐신문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네이멍구자치구 바오터우에서 열린 합동 콘서트에서 리커친의 출연이 지연돼 공연이 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졌다.


이날 공연은 오후 7시 30분 시작됐으며 리커친을 비롯해 천후이셴, 치친, 멍팅웨이, 정즈화, 리리펀 등이 출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다른 가수 5명이 공연을 마칠 때까지 리커친이 도착하지 못하자 연출진은 현장에 관객으로 있던 가수 허우랑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허우랑은 원래 직접 표를 사서 공연을 보러 온 관객이었다. 갑작스럽게 무대에 오른 그는 3만 관객 앞에서 20곡 가까이 부르며 공연을 이어갔다.

그는 “아무 준비도 없어서 부를 수 있는 노래는 다 불렀다”며 “이전에는 많아야 5000~6000명 앞에서 노래했는데 3만 명 앞에 선 것은 처음이었다. 당시에는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어 최대한 잘해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고 말했다.



그 시각 리커친은 교통편을 잇달아 갈아타며 공연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당일 오전 6시 집을 나서 선전에서 쉬저우로 이동한 뒤 후허하오터행 비행기에 탔다. 하지만 악천후로 비행기가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하고 산시성 타이위안에 우회 착륙했다.

타이위안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오후 5시. 일행은 곧바로 차량을 타고 바오터우로 향했지만, 이번에는 타고 있던 전기차의 배터리가 떨어져 택시로 갈아타야 했다.

리커친은 이동 중 영상으로 관객들에게 “지금 택시를 타고 가고 있다”며 최대한 빨리 도착하겠다고 알렸다. 택시 뒷좌석에서는 화장을 하고 머리를 손질하는 등 무대에 설 준비도 마쳤다.

그가 공연장에 도착해 무대에 오른 시각은 27일 오전 0시 30분쯤이었다. 집을 나선 지 약 18시간 만에 관객들을 만난 그는 “죄송하다”는 말을 연신하며 허리를 굽혔다.

객석에서는 기다리다 잠든 아이도 있었다. 한 관객은 품에 안겨 잠든 아들의 영상을 올리며 “아이가 리커친을 기다리다가 잠들었다. 우리 바오터우 사람들 의리 넘친다”라고 말했다.

이 관객은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오후 8시쯤 공연장에 도착했는데 리커친은 오전 0시 30분에 나왔고, 공연이 끝나니 새벽 1시가 넘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먼 길을 힘들게 와서 진심으로 사과했다. 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며 관객들이 끝까지 기다렸고 자리를 떠나거나 환불을 요구하는 사람도 없었다고 전했다.

공연을 대신 이어간 허우랑에게도 격려가 쏟아졌다. 그는 “공연을 무사히 마치는 데 도움이 돼 뿌듯하다”며 “우상과 같은 무대에 설 수 있어 영광이었다. 공연이 끝난 뒤 리커친이 고맙다고 했고, 우리는 10초 넘게 포옹했다”고 오히려 감격했다.

온라인에서는 리커친의 지각을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가수의 사과와 관객의 배려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거나 항공편 지연은 어쩔 수 없었다는 반응이 나온 반면, 두 시간을 기다린 관객들을 생각하면 미리 도착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공연을 보러 왔다가 20곡 가까이 부른 허우랑에게는 “돈 내고 공연 보러 갔다가 추가 근무까지 했다”며 주최 측이 티켓값을 돌려줘야 한다는 댓글도 달렸다.

이민정 중국 통신원 ymj0242@naver.com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