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공전하는 미스터리 역주행 행성 포착 [우주를 보다]

수정 2026-09-29 15:50
입력 2026-09-29 15:50
참고로 제시한 역행 궤도 외계 행성 중 하나인 WASP 8b의 모습. ESO/L. Calçada


태양계의 행성과 위성들은 대부분 한 방향으로 공전하기 때문에 서로 부딪힐 위험이 적다. 예를 들어 태양계의 8개 행성은 모두 태양의 자전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공전하는데, 이를 ‘순행 궤도’(Prograde Orbit)라고 한다. 그런데 남들과 반대로 역주행하는 위성도 가끔 볼 수 있다.

중심 천체의 자전 방향이나 다른 일반적인 공전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돌고 있는 경우 ‘역행 궤도’(Retrograde Orbit)라 하는데 태양계에서는 해왕성의 위성 트리톤에서 볼 수 있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트리톤이 본래 해왕성의 위성이 아니라 지나가던 왜소행성이 포획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과학자들이 발견한 6000개 이상의 외계 행성 가운데 몇 개는 역행 궤도를 돌고 있다는 점이다. 광활한 우주에서 우연히 지나가던 떠돌이 행성을 포획해서 역행 행성이 되기는 어려운 만큼 과학자들은 그 이유를 밝히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 현재 가장 가능성 있는 설명은 짝을 이룬 동반성이나 다른 큰 행성의 중력 간섭으로 인해 궤도가 크게 기울어지면서 별의 자전 방향과 반대로 돌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네바대학교(UNIGE)의 과학자들은 이런 설명에 의문을 제기하는 새로운 역주행 행성을 포착했다. 연구팀은 별의 적도면과 행성의 공전 궤도면 사이의 각도인 프사이(Ψ)를 측정하던 중 GJ 3090 b의 공전 궤도가 심하게 기울어졌을 뿐 아니라 사실 별의 자전 방향과 반대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GJ 3090은 적색 왜성으로, 우리 태양보다 온도가 낮고 크기도 작지만 우주에서 가장 흔한 형태의 별이다. 이 별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 GJ 3090 b는 나사의 행성 사냥꾼 TESS에 의해 발견됐는데, 반지름은 지구의 2.2배, 질량은 지구의 4.5배로, 우리 은하에서 가장 흔한 외계 행성 종류인 ‘미니 해왕성’에 속한다.



여기까지는 아주 평범한 내용이었지만, 연구팀이 라 시야 천문대에 설치된 분광기 NIRPS를 사용해 GJ 3090 b를 관측해 정확한 질량과 궤도를 확인하자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GJ 3090 b의 별의 자전축과 행성 공전면이 이루는 각도(ψ)가 약 136도로 측정돼, 별의 자전 방향과 반대(역행)로 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참조) 일반적으로 각도가 90도를 넘으면 역행으로 분류된다.

거의 뒤집힌 듯한 강한 기울기의 역행 궤도는 같이 두 별이 서로 질량 중심을 공전하는 쌍성계의 동반성의 중력으로 설명되곤 했다. 다른 별이 행사하는 강한 중력이 행성의 궤도를 뒤집어 놓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GJ 3090는 동반성 없이 혼자 있는 별로 과학자들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역주행 행성의 존재는 우주에 있는 행성들이 모두 안전한 궤도를 도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이유로 큰 변화를 겪기도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과학자들은 더 특이한 궤도를 공전하는 행성이 존재하는데, 만약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고든 정 과학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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