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착] “러군 3000명 사상”…하늘서 ‘자폭 로봇’ 뚝, 우크라 새 전술

윤태희 기자
수정 2026-09-27 19:30
입력 2026-09-27 19:30
중폭격 드론에 지상로봇 매달아 러 후방 10㎞ 이상 투하
우크라 제3군단 “세계 최초 전술”…‘비발디’ 작전서 러군 3000여명 손실 주장
대형 드론이 전선을 넘어 러시아군 후방으로 날아간다. 드론 아래에는 폭발물을 실은 자폭형 지상로봇이 매달려 있다. 목표 지역에 도착한 드론이 로봇을 떨어뜨리자 지상로봇은 스스로 이동해 러시아군 진지를 향한다. 우크라이나군이 공중과 지상의 무인체계를 결합한 새로운 전술을 실전에 투입했다.
26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제3군단은 앞서 동부 도네츠크주 북부에서 진행 중인 ‘비발디’ 작전에서 중폭격 드론으로 자폭형 무인지상차량(UGV)을 러시아군 후방 10㎞ 이상까지 운반해 투하했다고 밝혔다. 제3군단은 지상로봇을 공중에서 적 후방에 투입한 것은 “세계 최초”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 주장은 독립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다.
제3군단이 공개한 영상에는 대형 멀티콥터형 드론이 바퀴 달린 UGV를 매달고 비행하는 모습이 담겼다. 드론은 러시아군 방어선 너머까지 로봇을 운반한 뒤 지상에 내려놓는다. 자폭형 UGV는 이후 원격 조종을 받아 병력과 진지 등 목표물을 향해 이동한다.
이번 전술은 지난 5월부터 리만 일대에서 진행해온 대규모 반격 작전 ‘비발디’의 일부다. 작전명은 이탈리아 작곡가 안토니오 비발디의 ‘사계’에서 따왔다. 안드리 빌레츠키 제3군단장은 비발디 작전을 총 4단계로 진행한다며 현재 공개된 성과가 끝이 아니라고 예고했다.
제3군단은 1·2단계를 거치며 샨드리홀로베와 데릴로베를 탈환하고 드로비셰베를 완전히 통제하는 등 모두 125㎢를 우크라이나 통제 아래 되돌렸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50㎢는 러시아 점령지에서 되찾은 지역이라고 주장했다. 또 2단계에서 러시아군 약 800명, 두 단계를 합치면 3000명이 넘는 인명 손실을 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측은 이 수치를 확인하지 않았다.
따라서 제목의 ‘러군 3000명 사상’이 모두 자폭로봇 공격으로 발생했다는 뜻은 아니다. 보병과 포병, 드론, 전자전(EW), 방공 및 특수전 전력이 함께 참여한 비발디 작전 전체에 대해 우크라이나군이 제시한 수치다.
드론이 로봇 싣고 적 후방으로…참호·지뢰밭 건너뛴다
자폭형 UGV는 사람이 접근하기 위험한 지역에 폭발물을 운반할 수 있지만, 전선까지 이동하는 과정에서 참호와 지뢰밭, 포탄 구덩이 같은 장애물에 막히기 쉽다. 대형 드론에 매달아 적 후방에 직접 내려놓으면 이 이동 구간을 건너뛰고 예상하지 못한 방향에서 공격을 시작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이 작전을 미리 알아채지 못하도록 전자전과 방공 전력도 함께 운용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찰드론의 활동을 방해한 뒤 보병보다 먼저 무인기와 UGV를 전진시켰다는 설명이다. 제3군단은 러시아군의 지휘소와 통신망, 보급로도 집중 공격했다.
러시아군의 핵심 무인기 부대 ‘루비콘’도 표적이 됐다. 제3군단은 비발디 작전 중 루비콘의 군수망과 탄약고, 드론 이륙 지점, 숙련 조종 인력 등에 손실을 입혀 러시아군이 해당 부대를 리만·보로바 전선에서 철수시켰다고 주장했다. 역시 러시아 측이 확인한 내용은 아니다.
아이디어에서 실전까지 10일…‘드론이 로봇 배달’ 확산
이 같은 전술은 한 부대의 실험에 그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기술 클러스터 브레이브1은 지난 25일 제93기계화여단 ‘얼터 에고’ 대대가 ‘데산트니크’라는 UGV와 이를 중폭격 드론에서 정밀하게 투하하는 장치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브레이브1에 따르면 아이디어를 낸 뒤 실제 전투에 투입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0일이다. 데산트니크는 이미 러시아군 은폐호와 병력을 공격하는 데 사용됐으며, 우크라이나 측은 시제품을 넘어 양산을 위한 업체 선정에도 나섰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런 방식을 ‘무인체계가 다른 무인체계를 운반하는’ 복합 운용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무인수상정이 무인지상차량을 킨부른반도까지 운반해 작전에 투입하기도 했다. 하늘과 바다의 무인 플랫폼이 지상로봇을 전선 깊숙이 운반하는 방식이 실제 전장에서 잇따라 등장하는 셈이다.
우크라이나가 주장한 전과 규모는 독립적으로 검증하기 어렵다. 그러나 드론이 단순히 폭탄을 떨어뜨리는 단계를 넘어 또 다른 전투 로봇을 적 후방에 ‘배달’하는 수송 플랫폼으로까지 역할을 넓히고 있다는 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무인전술이 얼마나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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