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통령, UN 연설서 숨진 초등학생들 사진 들고 미국 작심 비판한 이유 [이슈분석+]

박종익 기자
수정 2026-09-24 15:40
입력 2026-09-24 15:40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전쟁 중인 ‘적국’ 미국의 한복판에서 미국을 비판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펼쳐졌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23일(현지 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우리는 테러의 희생자”라면서 “나는 우리의 존경받는 최고지도자가 어떠한 법적 근거나 명분도 없이 암살당한 조국 이란에서 왔다”고 말했다. 이어 “참혹하게도 그들이 학교마저 폭격해 버린 이란에서 왔다”면서 “우리는 스스로를 방어했을 뿐이며, 테러리스트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우리를 공격한 것은 미국과 이스라엘”이라고 맹비난하면서 자신들은 침략의 표적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 연설에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미국의 공습으로 목숨을 잃은 이란 어린이들의 사진들을 직접 들어 올리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실제 그는 숨진 초등학생들 모습과 피해 현장, 무덤 사진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의 사진을 연이어 들어 올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어떠한 법적 근거와 정당성도 없이 한 국가의 존경받는 최고지도자가 대낮에 암살당했다”며 “미국은 전 세계를 향해 독재적이고 기만적인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규탄했다.
앞서 이란 전쟁 개전 첫날인 2월 28일 이란 미나브 지역의 한 여자 초등학교를 겨냥한 미국의 공습으로 인한 대참사가 벌어졌다. 이에 최근 유엔 인권이사회 산하 이란 국제독립진상조사단은 당시 미군의 토마호크 미사일이 학교 건물 지붕을 무너뜨려 민간인 156명이 숨졌으며 희생자 가운데 120명이 어린이라고 발표했다. 민간인과 민간시설을 구별하지 않은 무차별 공격으로 국제인도법상 전쟁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이에 대해 미국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사진까지 들고 미국을 작심 비판한 이유는 이란이 테러 배후국이 아니라 오히려 피해자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이란의 군사적 행동이 국민과 영토를 지키기 위한 정당방위임을 전 세계에 호소한 것이다.
한편 이 자리에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우리는 평화적 목적의 원자력 기술만을 원하며,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를 결코 추구하지 않는다”며 미국과 서방이 제기해 온 핵무기 개발설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특히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연설을 시작하고 미국과 이스라엘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날 선 발언이 이어지자, 회의장 앞쪽에 앉았던 미국 대표단 소속 외교관들은 굳은 표정으로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빠져나갔다. 이날 연설은 전쟁 당사국 지도자가 전시에 한 연설인 동시에 적국의 심장부에서 적국을 신랄하게 비판했다는 점에서 극히 이례적인 연설로 기록됐다.
박종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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