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미사일 막아보니 한국산 또 찾았다?…UAE, L-SAM까지 검토 [밀리터리+]

윤태희 기자
윤태희 기자
수정 2026-09-22 20:30
입력 2026-09-22 20:30

천궁-II 추가 도입·L-SAM 협력 추진
중·고고도 다층 방공망 확대…현지 생산·합작법인도 검토

아랍에미리트(UAE)가 한국산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 천궁-II 추가 도입과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 L-SAM 협력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은 천궁-II와 L-SAM 발사 장면을 바탕으로 구성한 합성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한국산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 ‘천궁-II’를 실전에서 운용한 아랍에미리트(UAE)가 추가 도입에 이어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 L-SAM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막는 과정에서 천궁-II가 실전 성능을 보여준 가운데 UAE가 한국산 무기로 중·고고도를 아우르는 다층 방공망 구축에 나설지 주목된다.

한화와 UAE 국영 방산기업 EDGE(에지)그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아부다비 EDGE 본사에서 UAE 통합 대공망 구축을 위한 주요 조건 합의서를 체결했다.


합의서에는 L-SAM과 천궁-II(M-SAM-II) 추가 도입을 비롯한 통합 대공망 협력 방향이 담겼다. 양측은 다연장로켓 천무를 포함한 다른 무기체계 협력도 검토한다. 향후 정부 승인과 협의를 거쳐 현지 합작법인(JV) 설립과 생산·사업 운영 방안도 구체화할 계획이다.

UAE 측의 적극적인 움직임도 눈에 띈다. 국내에서는 정부 간 협의가 필요한 방산 수출의 특성상 구체적인 협상 대상을 공개하는 데 신중했지만, EDGE는 L-SAM과 추가 M-SAM, 천무를 직접 협력 대상으로 명시했다.

UAE가 한국산 방공체계를 확대하려는 배경으로는 천궁-II 운용 경험이 꼽힌다. UAE는 2022년 35억 달러(당시 약 4조 1000억원) 규모의 천궁-II 10개 포대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이란 미사일 실전 요격…천궁-II 조기 공급까지
아랍에미리트(UAE) 알다프라 공군기지에 전개된 패트리엇, 사드(THAAD), 천궁-II(M-SAM-II) 방공체계 발사대. 뒤로 UAE 공군 수송기가 보인다. 사진은 2025년 5월 촬영됐다. UAE 국방장관실


특히 올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이란이 주변국을 향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감행했을 당시 UAE에 배치된 천궁-II는 미국산 패트리엇, 이스라엘산 애로우 등과 함께 가동됐다.

당시 실전에 투입된 천궁-II 2개 포대에서는 최소 60여발의 요격미사일이 발사됐으며 약 96%의 요격 성공률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UAE는 이후 천궁-II 확보에도 속도를 냈다. 중동 정세 악화로 해상 수송에 차질이 생기자 자국 공군의 C-17 대형 수송기를 한국에 보내 3번째 포대와 요격미사일을 애초 계획보다 약 한 달 앞당겨 공수했다.

이번에는 기존 천궁-II에 더해 L-SAM까지 협력 대상으로 올렸다. 천궁-II가 탄도미사일의 종말 단계에서 중·고도 영역을 방어한다면 L-SAM은 이보다 높은 고도에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상층 방어체계다. 두 체계를 함께 운용하면 서로 다른 고도에서 여러 차례 요격을 시도할 수 있는 다층 방어망을 구성할 수 있다.

이번 협력이 실제 계약으로 이어질 경우 L-SAM의 첫 해외 수출 사례가 된다. 이미 천궁-II를 운용하는 UAE가 상위 단계의 한국산 방공체계까지 도입한다면 다른 중동 국가를 상대로 한 수출에도 중요한 실적이 될 수 있다.

무기 판매 넘어 현지 생산·합작법인도 검토
양기원 한화시스템 대표(왼쪽)와 하마드 알 마라르 UAE EDGE그룹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5일(현지시간) 아부다비에서 통합대공망 구축사업을 위한 주요조건합의서를 체결하고 있다. 한화 제공


한화와 EDGE의 협력은 무기 추가 도입에 그치지 않는다. 양측은 현지 합작법인(JV) 설립과 단계적인 현지 생산, 유지·보수 역량 구축도 검토한다. 한국산 무기를 공급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UAE 방산업계와 생산·운영을 함께하는 장기 협력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한화는 중·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에 단거리 방공체계와 대드론체계까지 연계해 다양한 공중 위협에 대응하는 다층 방공망을 추진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인공지능(AI) 기반 지휘통제체계가 있다. 한화시스템이 개발 중인 AI 통합방공체계는 레이다와 전자광학센서 등 여러 감시체계가 수집한 정보를 종합하고, 위협에 맞는 대공포나 유도무기 등 최적의 대응 수단을 신속하게 판단하도록 지원한다.

한화시스템이 개발·생산하는 천궁-II 다기능레이다(MFR). 적 항공기와 탄도미사일을 탐지·추적하고 피아를 식별하는 동시에 요격미사일 유도를 지원하는 천궁-II의 핵심 장비다. 한화시스템 제공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22일 경북 구미 한화시스템 사업장을 찾아 천궁-II 다기능레이다 조립·시험 현장과 AI 통합방공체계를 점검했다. 김 회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오션이 만드는 육·해·공·우주의 핵심 전력을 AI 지휘통제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한화시스템은 한화 방산의 두뇌이자 신경망”이라며 독보적인 국방 AI 역량 확보를 주문했다.

한화는 UAE를 중동과 제3국 시장 진출의 전략적 거점으로 삼아 개별 무기 판매를 넘어 탐지·지휘통제·요격수단을 아우르는 통합방공 사업으로 협력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다만 이번 합의는 본계약에 앞서 협력 방향과 주요 조건을 정한 단계다. L-SAM과 천궁-II의 추가 도입 규모 및 계약 시점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실제 계약까지는 양국 정부의 승인과 세부 협상이 남아 있다.

천궁-II 도입으로 시작한 한국과 UAE의 방공 협력은 실전 운용과 추가 공급을 거쳐 L-SAM과 현지 생산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개별 무기 수출에서 출발한 ‘K방공망’이 UAE의 다층 방공체계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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