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뻔뻔한 청구서…중동 국가에 “7조원 내!” 요구한 배경 [핫이슈]

송현서 기자
송현서 기자
수정 2026-09-22 13:30
입력 2026-09-22 13:3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AI 생성 이미지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 전쟁을 시작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 국가에 전쟁으로 파괴된 중동 에너지 시설 복구를 위한 비용을 내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의 21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과 중동 주요 8개국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100억 달러(한화 약 13조 6300억원) 규모의 재건 기금 조성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기금은 미국이 50억 달러(약 6조 8000억원)를 직접 출자하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이라크, 요르단 등 중동 8개국이 나머지 50억 달러 출자를 요청하는 방식이다.

기금의 정식 명칭은 ‘동맹 신뢰·건설 파트너십’(PACT)이며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가 기금 운용을 담당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번 기금의 핵심 목적은 지난 2월 28일 이후 약 7개월간 이어진 이란 전쟁에서 파괴된 중동 지역의 에너지 인프라를 복구하는 것이다. 중동 지역의 정유시설과 유전, 천연가스 터미널 다수는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에 파괴됐다.



미국, 사실상 피해 사실 인정전문가들은 피해 시설을 모두 복구하는 데 수백억 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보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중동을 향한 미국의 기금 요청이 현실화하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고 전망한다.

현재 이란 전쟁이 여전히 진행 중인데다 이번 전쟁이 이란과 호르무즈 해협을 넘어 사우디와 예멘 후티 반군의 무력 분쟁으로 사실상 확전됨에 따라 향후 추가 피해가 더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6년 9월 1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동서 송유관이 드론 공격으로 인해 파손돼 있다. AP 뉴시스


가장 큰 문제는 이란과 완전한 평화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군사적 긴장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에너지 시설을 복구하면 해당 시설이 다시 공격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당국자들도 현재 관련국들과 협상이 진행되고 있어 출자 규모와 기금 운영 방식 등 세부 내용이 변경될 수 있다고 전했다. 각국의 최종 참여 여부와 기금 출범 시점 역시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더불어 미국은 단순히 파괴된 시설을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에너지 수송 인프라 구축에도 기금을 활용하겠다는 구상인데, 이란이 개전 이후 봉쇄한 호르무즈 해협이 전쟁 전까지는 중동 여러 국가에 열려 있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에너지 수송 인프라 구축의 책임이 미국에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WSJ은 이번 구상을 두고 “전쟁으로 세계 에너지 시장이 흔들린 데다 중동 인프라를 복구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는 점을 미국 정부가 사실상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동 국가별 이해관계도 달라이번 기금과 관련해 출자를 요구받은 중동 8개 국가가 각자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사실도 변수다.

사우디와 UAE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하지 않고 원유를 수출할 수 있는 대체 수송망을 일부 확보하고 있다. 반면 쿠웨이트와 카타르 등은 에너지 수출에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이란의 무력 도발 가능성이 여전히 높고 사우디를 겨냥한 후티 반군의 공세도 거세지는 상황에서 중동 내부에서도 기금 출자 규모를 두고 분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구상대로 100억달러 규모의 기금이 출범하더라도 이미 전쟁으로 파괴된 에너지 시설을 복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 빠져나오는 데 드는 비용은?한편 중동 에너지 공급망의 불안정이 장기화하면서 대형 유조선(VLCC)의 운임도 급등하고 있다.

해운정보업체 윈드워드에 따르면 이달 초 페르시아만에서 원유를 싣고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오는 VLCC의 하루 용선료는 사상 처음 100만 달러(한화 약 14억원)를 넘어섰다. WSJ은 “이는 배럴당 약 26달러에 해당하는 금액으로서 현재 원유 가격의 약 4분의 1에 달한다”고 전했다.

후티 반군이 홍해 바브엘만데브 해협 주변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도 용선료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다.

2026년 5월 2일(현지시간) 이란 반다르압바스 인근 호르무즈 해협에 컨테이너선 등 선박들이 떠 있다. AP 연합뉴스


사우디 국적의 선박들은 후티 반군의 맹렬한 공세 탓에 홍해-수에즈 운하 대신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을 돌아 유럽으로 가는 항로를 선택하는 추세다. 이는 운송 기간을 약 2주 더 늘리고 선박 1척당 약 100만 달러의 비용을 더 들게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VLCC 운임 급등이 중동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해운 조사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이달 17일 기준 전 세계 VLCC의 하루 평균 운임은 65만 1107달러(약 9억원)로 1주일 전과 비교해 약 2배 수준으로 올랐다.

WSJ는 “서아프리카~중국 등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않는 항로 운임도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란 전쟁 이후 원유 특사 파견 등을 통해 수입처를 다변화한 한국도 VLCC 운임 급등으로 인한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재 상황에 따라 향후 국제유가가 하락하더라도 유조선 부족과 높은 운임이 지속된다면 휘발유·경윳값은 쉽게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강의하는 전 에너지 트레이더 아디 임시로비치는 WSJ에 “정유사에 중요한 것은 원유 자체 가격이 아니라 운송료를 포함한 실제 도착 가격”이라며 “이 모든 비용이 포함된 주유소 가격은 결국 소비자의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송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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