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21 40대 ‘통 큰 구매’ 나서나…필리핀 공군이 주목하는 이유 [밀리터리+]

윤태희 기자
수정 2026-09-21 19:30
입력 2026-09-21 19:30
현지서 40대 단일기종 도입 가능성 제기…FA-50 운용 경험도 강점
F-16V·라팔 등과 차세대 전투기 경쟁…KF-21 첫 수출 성사 주목
필리핀이 차세대 전투기 전력을 한국산 KF-21 ‘보라매’로 채울 가능성이 제기됐다. 필리핀 정부가 자국 방어에 필요한 다목적전투기(MRF)의 최소 규모를 40대로 제시한 가운데, 이 물량을 KF-21 단일 기종으로 구성하는 시나리오까지 거론되고 있다.
필리핀 정부 통신사 PNA는 지난 3월 길베르토 테오도로 국방장관이 자국의 넓은 영토를 방어하려면 최소 40대의 MRF가 필요하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테오도로 장관은 당시 “우리가 요구하는 전력 규모는 40대지만 이것도 작다”며 충분한 예산이 확보되면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테오도로 장관은 지난달 현지 매체 인콰이어러와의 인터뷰에서도 최소 40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전투기만 먼저 확보하기보다 실제 작전을 뒷받침할 지원 체계를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KF-21도 실제 경쟁 후보에 올라 있다. PNA에 따르면 테오도로 장관은 지난 7월 한국을 비롯해 미국·프랑스·스웨덴·유럽 컨소시엄 등 5개 공급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후보 기종은 KF-21과 F-16V, 라팔, 그리펜, 유로파이터 타이푼이다.
여기에 말레이시아 군사 전문 매체 디펜스 시큐리티 아시아(DSA)는 지난 18일 필리핀이 KF-21과 F-16V를 나눠 도입하는 대신 KF-21 40대로 전력을 단일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필리핀 정부나 공군은 기종과 물량을 확정하지 않았다. DSA도 40대 단일 기종론은 확정된 조달 계획이 아니라 협상 흐름을 보여주는 시나리오라고 설명했다.
FA-50 먼저 써본 필리핀…KF-21에 유리한 이유
KF-21의 강점으로는 필리핀 공군이 이미 한국산 전투기를 운용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필리핀은 2015~2017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FA-50PH 12대를 도입했다. 이후 실전에서 운용한 데 이어 지난해 12대를 추가 주문했다. 이미 쌓은 운용·정비 경험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KF-21 수출전에서도 한국 측에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금융 지원과 현지 유지·보수·정비(MRO) 체계 구축도 한국 측이 내세울 수 있는 카드다. 필리핀 클라크 지역에 MRO 거점을 마련하면 기존 FA-50과 향후 도입할 KF-21을 함께 지원하는 기반으로 활용할 수 있다. KF-21을 대규모로 운용할 경우 조종사 교육과 부품 공급, 정비 체계를 단일화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DSA는 앞서 한국 측의 금융 지원과 클라크 MRO 시설 구축 등이 협상 과정에서 거론됐다고 전했다.
KF-21 자체의 성능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쌍발 엔진을 장착하고 능동전자주사식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갖췄으며 미티어 장거리 공대공미사일 등을 운용한다. 향후 블록Ⅱ부터는 공대지 임무 능력도 본격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수많은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은 넓은 해역을 감시·방어해야 한다. 쌍발 전투기인 KF-21은 해상에서 한쪽 엔진에 문제가 생겨도 다른 엔진으로 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발인 F-16V나 그리펜과 차이가 있다. 반면 엔진이 두 개인 만큼 연료 소비와 정비 부담은 커질 수 있다.
F-16V·라팔과 경쟁…첫 KF-21 수출국 나올까
가격과 금융 조건도 최종 선택을 좌우할 주요 변수다.
필리핀의 MRF 사업 예산은 현지 보도 기준 600억~1000억 페소(약 1조 3200억~2조 2000억원) 규모로 거론돼왔다. 테오도로 장관은 지난 7월 전투기 도입이 정부의 재원 확보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필리핀은 전투기 숫자만 늘리는 데 그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테오도로 장관은 공중조기경보통제기와 공중급유기까지 포함한 ‘완전한 패키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투기와 함께 탐지·지휘 체계와 장거리 작전을 뒷받침할 지원 전력을 갖춰야 제대로 된 전투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달에도 그는 전투기보다 지원 체계를 먼저 갖춰야 한다며 “장비는 창끝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필리핀군 현대화가 장비 확보에 치우친 반면 이를 운용·유지할 기반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필리핀의 선택은 KF-21의 첫 해외 수출 여부와도 직결된다. 이미 FA-50을 운용하는 필리핀이 KF-21까지 선택하면 한국산 전투기를 연속 도입하는 사례가 된다.
특히 필리핀 정부가 제시한 최소 전력 규모인 40대를 KF-21 단일 기종으로 채우는 방안까지 현실화하면 KF-21의 첫 수출을 넘어 동남아 전투기 시장에서 한국산 전투기의 입지를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현재는 KF-21을 포함한 5개 후보가 경쟁하고 있으며, 40대 전량을 KF-21로 도입한다는 방안 역시 필리핀 정부가 확인한 계획은 아니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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