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압승 분위기에 ‘찬물’…젤렌스키, 선거 날 사상 최대 모스크바 공습한 이유 [이슈분석+]

박종익 기자
수정 2026-09-21 11:00
입력 2026-09-21 11:00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총선 마지막 날 역대 최대 규모의 드론을 동원해 모스크바를 타격했다. AP통신 등 외신은 20일(현지시간) 이날 새벽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전역에 걸쳐 1000대 이상의 대규모 드론 및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모스크바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실제 이날 모스크바 남동부 가스프롬네프트 정유시설에 드론 여러 대가 떨어져 큰 화염에 휩싸이며 거대한 연기 기둥이 상공을 뒤덮었다. 이 공장은 모스크바 전체 연료 수요의 약 40%를 책임지는 핵심 거점으로 석유 제품 공급망에 일부 차질이 예상된다. 또한 모스크바의 고층 아파트를 비롯한 주거용 건물에도 드론이 충돌해 화재가 발생하고 유리창과 출입문 등이 파괴됐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우크라이나 공격으로 최소 3명이 사망하고 29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이번 모스크바 공습을 인정하고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우리의 장거리 대응이 모스크바 지역에 매우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면서 “러시아의 핵심 석유 산업 시설 중 하나와 침략자의 물류 시설이 타격을 입었다. 이는 러시아의 전쟁 기계를 지탱하는 수십억 달러짜리 자금줄”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과 경제적 원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기 위한 철저히 계산된 공격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반해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19일부터 각지에서 격추한 드론이 1600대 이상이며 이 중 모스크바로 날아온 드론 450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 수도를 겨냥한 역대 최대 규모의 드론 공습”이라면서 “이번 전례 없는 공격은 명백히 선거를 방해하려는 목적으로 계획됐지만 적은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공습 당일인 20일은 사흘간 진행된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선거의 마지막 날로 우크라이나의 정치적 도발임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모스크바가 우크라이나의 대대적인 공습을 받은 것과 거의 동시에 러시아도 키이우를 비롯한 인근 지역에 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한 보복 공격을 퍼부었다. 이 과정에서 어린이를 포함 최소 7명이 사망하고 10여명이 부상당하는 등 양측 모두 심각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이처럼 우크라이나가 20일 역대 최대 규모의 드론 공습을 펼친 이유는 러시아 하원 선거 시기에 맞춘 정치적 타격으로 해석된다. 선거로 전쟁의 정당성을 홍보하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의도를 무력화하고, 러시아 본토가 절대 안전하지 않다는 점을 유권자들에게 보여주려 했다는 해석이다.
러시아는 18~20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침공 이래 처음으로 하원 선거를 치렀는데 사실상 푸틴 정권의 반대 세력이 없는 가운데 진행됐다.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총선 투표가 이날 오후 9시께 종료됐으며 투표율은 잠정 56.66%로 나타났다. 집권 통합러시아당 등 범여권 세력의 압승이 예상되는 가운데, 절대다수 의석을 유지하게 될 경우 푸틴 대통령의 정국 장악력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박종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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