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착] 코미디언이라 조롱하더니 결국…러, 젤렌스키 세운 스튜디오 파괴한 이유

박종익 기자
박종익 기자
수정 2026-09-17 13:02
입력 2026-09-17 13:02
지난 16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드론 공격으로 키이우에 있는 크바르탈95 스튜디오 창고가 파괴됐다. 우크라이나 비상사태관리국 제공


러시아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과거를 상기시키듯 그가 세운 코미디 스튜디오를 공격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포스트(KP) 등 현지 언론은 16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제트추진 드론으로 키이우에 있는 크바르탈95 스튜디오의 창고를 공격해 파괴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새벽 러시아군이 대거 출격시킨 제트 추진 드론이 키이우의 방공망을 뚫고 크바르탈95 스튜디오 소품 창고가 위치한 곳에 정확히 떨어졌다. 이 과정에서 20년 동안 창고에 보관되어 있던 의상, 세트, 소품 등이 모두 화염에 휩싸였다. 또한 러시아는 영부인 올레나 젤렌스키가 이끄는 재단의 구호물자 창고도 함께 파괴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드론 공격으로 키이우에 있는 크바르탈95 스튜디오 창고 등이 파괴됐다. 우크라이나 비상사태관리국 제공


이에 대해 KP는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그 상징성은 매우 강렬하다”면서 “젤렌스키가 코미디언에서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여정을 담은 물리적 기록물의 일부를 러시아가 파괴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역사적으로 전체주의 통치자들은 오랫동안 경쟁 상태의 지도자와 상징물을 공격해 약화하는 노력을 해왔다”면서 “러시아가 전장에서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지 못할 때, 상징적인 공격은 국내에 영향력을 과시하는 또 다른 방법이 된다”고 짚었다.

인기 시트콤 ‘인민의 종’에서 연기 중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크바르탈95 제공




실제로 크바르탈95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치적 뿌리이자 정체성 그 자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코미디언 시절이었던 2003년 동업자 티무르 민디치와 함께 미디어 제작사 크바르탈95 스튜디오를 세웠다. 이 스튜디오에서 그는 우크라이나 부패 정치인들을 풍자하는 드라마 ‘인민의 종’을 제작, 출연했으며 그 인기를 바탕으로 진짜 대통령이 됐다. 또한 크바르탈95는 러시아의 침공 이후 공포에 질린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웃음을 주는 정신적 버팀목 역할도 해왔다. 그 때문에 이번 러시아의 공격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화려했던 과거를 파괴해 압박감과 모욕감을 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와 언론은 그간 젤렌스키 대통령의 코미디언 경력을 끊임없이 폄하하고 비판해 왔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젤렌스키를 두고 “정치적 경험이 없고 자본가에게 휘둘리는 애송이 코미디언”이라고 조롱했다. 여기에 러시아 외교부 역시 “맨투맨 티셔츠를 입고 유럽 투어 중인 전직 코미디언”이라고 비아냥댔다.

박종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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