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 야반도주?…부패 의혹받던 우크라 검찰총장, 한밤중 해외 출국 [핫이슈]

송현서 기자
송현서 기자
수정 2026-09-15 14:00
입력 2026-09-15 14:00
2026년 5월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발생한 러시아의 미사일 및 드론 공습 현장에 한 주민이 앉아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게티이미지 멀티비츠


부패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사직서를 제출한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이 한밤중 관용차를 타고 해외로 출국한 사실이 확인됐다.

우크라이나 매체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는 14일(현지시간) 사법기관 소식통을 인용해 “루슬란 크라우첸코 총장이 13일 밤에서 14일 새벽 사이 관용차를 타고 우크라이나를 떠났다”며 “이날 크라우첸코 총장의 부인도 함께 출국했다”고 전했다.


앞서 우크라이나 고등반부패국(NABU)과 반부패특별검찰청(SAPO)은 이달 초 검찰총장실 고위 간부가 이끈 것으로 의심되는 범죄 조직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수사 결과 지난해 중반쯤 결성된 범죄 조직은 우크라이나인과 외국인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인 콜센터들이 단속을 피할 수 있도록 비호해 주는 대가로 정기적인 뇌물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 당국은 검찰총장실 고위 당국자가 해당 범죄 조직을 이끌었으며 현직 검사들과 외부 인사들도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판단했다.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는 사법당국 소식통들을 인용해 “콜센터 1곳당 매달 약 7000달러(한화 약 940만원)가 검찰총장실 관계자들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최소 100곳의 콜센터가 이 같은 비호 아래 운영됐다면 매달 70만 달러(약 9억 4000만원)의 수익이 발생한 셈”이라고 전했다.

고등반부패국이 공개한 녹취에는 범죄 조직을 비호한 것으로 의심되는 ‘보스’가 언급되는데, 수사 당국은 해당 보스가 크라우첸코 총장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그의 집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크라우첸코 총장은 지난 8일 텔레그램을 통해 사직서 제출을 알렸다. 그는 “(사직서 제출은) 정치적 결정이며 검찰총장직이 정치적 대립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범죄 조직이나 비리 의혹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 입장은?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크라우첸코 총장을 향해 “선택지는 하나뿐이며 그것은 직위에서 물러나는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 의회에도 그의 해임을 지체 없이 지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다만 사직서를 내고 한밤중 해외로 출국한 크라우첸코 총장은 텔레그램을 통해 “현재 해외 출장 중”이라며 “여러 국제 파트너들과 회동해 우크라이나 반부패기관 체계의 실상을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혀 사실상 자신에게 화살을 겨눈 반부패기관들과의 충돌을 예고했다.

실제로 그는 텔레그램에 “우크라이나 반부패기관들이 통제받지 않는 영향력을 집중시키고 있는 징후가 있다”며 “이것이 국가 주권에 위험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이보다 앞서 자신을 포함한 검찰총장실 고위 관계자들에 대한 부패 혐의를 수사한 국가반부패국과 반부패특별검찰청 수장 및 측근을 상대로 한 기소를 준비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우크라이나 의회는 오는 15일 크라우첸코 총장의 사임 문제를 표결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에서는 검찰총장의 임명뿐 아니라 사임에도 의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부패로 만든 포탄, 아군 덮쳤다”한편 러시아와 4년 넘게 전쟁을 이어가는 우크라이나에서는 행정부와 군 수뇌부를 중심으로 비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6일 미국 뉴욕타임스는 자체 입수한 정부 감사 자료, 법원 기록 등을 분석한 뒤 “우크라이나 10대 군수 업체 중 7곳이 사기 혐의에 대한 공개수사를 받거나, 최고경영자가 부패 혐의로 체포되는 등 상황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사업을 딴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미하일로 페도로우 우크라이나 전 국방장관. AP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일부 군수 기업들은 무기 공급 능력을 증명하지 못하거나, 납품에 필요한 라이선스도 없이 계약을 따냈다. 과거 계약을 이행하지 않고도 계약을 체결한 기업도 18곳이 적발됐고, 그중 6곳은 단 하나의 계약도 이행하지 못했다.

국영기업인 파블로그라드화학공장의 경우 군에 판매한 박격포탄 23만 3000발 중 일부는 화약 추진체나 신관에 결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납품한 박격포탄이 적 진영으로 발사되지 못하고 오히려 아군 진영에 떨어진 사례도 있었다.

뉴욕타임스는 “우크라이나가 2024년 한 해 동안 군수 조달과 관련한 사기·부정 등 비리로 본 손실은 12억 달러(약 1조 6135억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군수 비리와 싸워 온 미하일로 페도로우 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국민의 높은 신임을 받고도 취임 6개월 만에 경질됐는데, 일각에서는 국방 조달 계약을 특정 업체에 몰아주려는 군 수뇌부와 정치권의 시도를 여러 차례 막아내는 등 부패를 용납하지 않은 것이 경질 이유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송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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