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이어 홍해까지 다 막히네…후티, 모카항 장악에 사우디 당혹 [이슈분석+]

박종익 기자
수정 2026-09-14 16:00
입력 2026-09-14 16:00
예멘의 홍해 연안을 친(親)이란 무장 세력 후티 반군이 장악하면서 걸프 지역의 세력 균형이 재편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13일(현지시간) 후틴 반군의 공세로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주변국들은 불편한 선택에 놓이게 됐다고 보도했다.
후티 반군은 지난 10일 예멘 서부 항구도시 모카를 장악한 데 이어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전략적 요충지인 페림섬도 점령했다. 원래 이 지역은 예멘 정부군과 이를 지원하는 사우디 연합군이 철저하게 통제해왔던 지역이다. 예멘 정부군 관계자도 외신을 통해 “서부 해안에서 우리가 통제하고 있던 모든 지역이 함락됐다”며 인정했다. 실제 후티 반군이 운영하는 방송사인 알마시라 TV는 12일 모카를 장악한 직후 촬영한 드론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에는 강력한 포격이나 공습으로 파괴된 해안 경비 시설과 선박 등의 모습이 생생히 담겼다.
이번 후틴 반군의 서부 해안 장악은 국제적으로 큰 정치적, 경제적 파장을 낳을 전망이다. 과거 후티 반군은 예멘 내륙에서 홍해를 지나는 민간 선박을 향해 미사일이나 드론을 원거리 발사해 왔으나 이제는 해협 정중앙의 페림섬을 점령하면서 선박들이 지나가는 길목 바로 앞에서 완전히 차단할 수 있게 됐다.
특히 현재 이란 전쟁의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상황에서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원유 수송도 차질을 빚게 돼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그동안 사우디는 아라비아반도를 횡단해 홍해 연안의 얀부 항구로 이어지는 1201㎞ 길이의 동서 송유관을 통해 원유를 홍해 쪽으로 보내 우회 수출해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10일 리야드와 메디나 지역의 이 송유관 시설이 후티 반군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드론 공격으로 파괴돼 가동이 전면 중단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로이터 통신은 사우디와 주변국들은 원유 수출 감소와 이란의 공격으로 인한 경제적 고통을 감수하거나 아니면 타협할 것인지 어려운 선택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중동 분석가 파와즈 게르게스는 로이터 통신에 “후티 반군이 바브엘만데브 해협 인근 지역을 점령한 것은 판도를 뒤바꿀 사건”이라면서 “이는 세력 균형을 바꾸고 후티 반군에게 사우디, 걸프 지역, 미국 그리고 세계 경제에 대한 훨씬 더 지정학적 영향력을 부여한다”고 평가했다.
특히 로이터 통신은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후티 반군에 대한 사우디의 공격 요청을 거부하면서 일부 걸프 국가들은 이란과의 협상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 조건이라는 인식이 강화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앞서 후티 반군이 모카항을 함락하며 위기감이 고조되자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어 미군이 후티 반군을 공습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박종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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